법률
면접교섭 이행명령으로 새로운 조건을 붙일 수 있을까
대법원 2026. 8. 24. 자 2026으552 결정 해설
이혼할 때 자녀를 키우지 않게 된 부모는 면접교섭권을 판결로 보장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양육자가 판결에서 정한 대로 아이를 보내주지 않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때 비양육자가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 가사소송법 제64조의 이행명령입니다. 가정법원이 의무자에게 판결 내용대로 이행하라고 명하고, 그래도 따르지 않으면 같은 법 제67조 제1항의 과태료나 제68조의 감치로 압박하는 제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법원이 이 이행명령을 하면서 판결에 없던 조건을 새로 덧붙일 수 있는지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내놓았습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부산가정법원은 이혼 판결에서 어머니를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고, 아버지에게 면접교섭권을 인정했습니다.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오후 6시까지 1박 2일, 방학과 명절에도 일정 기간을 함께 보내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어머니가 판결대로 하지 않고 한 달에 두 번 당일 만남만 허용했다며 이행명령을 신청했습니다. 원심은 양측을 심문한 뒤 판결 내용대로 면접교섭을 허용하라는 이행명령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그 안에 "면접교섭 시 자녀의 혈족이 아닌 여성이 동석하지 않도록 한다"는 준수사항이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이 조건은 원래 이혼 판결에는 없던 내용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이 부분을 다투며 대법원에 특별항고를 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이행명령의 성격부터 짚었습니다. 이행명령은 판결 등으로 이미 확정된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새로 판단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그 점에서 민사집행법상 강제집행과 본질이 같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행명령으로 판결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을 바꾸거나 의무자에게 새로운 의무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는 대법원 2016. 2. 11. 자 2015으26 결정, 대법원 2025. 5. 23. 자 2025으517 결정 등에서 이어져 온 입장이기도 합니다. 물론 가사소송규칙 제123조에 따라 이행되지 않은 의무 중 일부만 골라 이행명령을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행명령의 형식을 빌려 판결로 확정된 권리를 사실상 줄이거나 바꾸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면접교섭 조건을 바꾸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법원은 그 길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법 제837조의2 제3항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면 가정법원이 면접교섭을 제한·배제·변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은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 3)에 따른 마류 가사비송사건입니다. 따라서 조정전치주의, 심판절차에서의 필요적 심문 등 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결국 이행명령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면접교섭권을 제한·배제·변경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면, 이는 이행명령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이 사건에 적용하면 답은 분명합니다. 이혼 판결은 면접교섭의 일정과 방법, 일반적인 협조의무만 정했을 뿐 동석자에 관한 제한은 두지 않았습니다. 원래 아버지는 누구와 함께든 제약 없이 자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심이 혈족 아닌 여성 동석 금지라는 조건을 새로 붙이면서 그 권리 행사가 제한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두고 이행되지 않은 의무의 일부에 대한 이행명령이 아니라, 확정된 면접교섭권을 실질적으로 제한·변경한 처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부산가정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 결정이 실무에 주는 메시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행명령은 '판결대로 하라'는 명령일 뿐, 판결을 고치는 수단이 아닙니다. 면접교섭을 신청한 쪽 입장에서는 이행명령 절차에서 오히려 불리한 조건이 새로 붙는 일을 막을 근거가 생겼습니다. 둘째, 양육자 쪽에서 면접교섭 방식에 우려가 있다면 이행명령 사건에서 조건을 붙여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별도로 면접교섭 변경 심판을 청구해야 합니다. 그 절차에서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정식 심리를 받아야 비로소 판결 내용이 바뀔 수 있습니다.
면접교섭 분쟁은 감정이 격해지기 쉬운 영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절차로, 무엇을 다툴 수 있는지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번 결정은 집행과 변경의 경계를 분명히 그어, 면접교섭을 둘러싼 절차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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