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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차에 몰래 녹음기, 외도 증거 잡으려다 형사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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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수 변호사


창원지방법원 2026. 9. 17. 선고 2026고합10049 판결 해설

배우자의 외도가 의심될 때, 이혼소송에서 쓸 증거를 직접 확보하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중 흔히 떠올리는 방법이 배우자 차량이나 집 안에 녹음기를 숨겨 두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창원지방법원은 이런 방식으로 증거를 모은 배우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자격정지를 선고했습니다. 증거를 얻으려다 오히려 형사피고인이 된 사례입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피고인은 2025년 1월 초 배우자가 운전하는 승용차 보조석 밑에 몰래 USB형 녹음기를 붙여 두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달 말경 배우자가 차 안에서 내연남으로 의심되는 사람과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내용을 녹음했습니다. 피고인은 이 녹취록을 이혼소송에 증거로 제출했고, 대화 당사자들이 고소하면서 형사재판으로 이어졌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과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같은 법 제1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집니다.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과 자격정지가 반드시 함께 부과된다는 점에서 법정형이 상당히 무거운 범죄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타인 간의 대화라는 요건입니다. 내가 참여한 대화를 내가 녹음하는 것은 이 조항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3인 간의 대화에서 그중 한 사람이 녹음한 경우 나머지 두 사람의 발언은 녹음자와의 관계에서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반면 이 사건 피고인은 대화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제3자였습니다. 배우자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법적으로 타인 간의 대화이고, 이를 몰래 녹음하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법원은 양형 이유에서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이를 공개하는 범행은 동기가 무엇이든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비밀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대화 당사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도 불리한 정상으로 들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 점,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 증거를 확보하려 했다는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범행 기간이 짧은 점, 초범인 점을 유리하게 고려했습니다. 그 결과 정상참작 감경을 거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선고되었습니다.

판결문에는 눈여겨볼 법리도 하나 있습니다. 형법 제44조 제1항은 자격정지를 1년 이상 15년 이하로 정하고 있는데, 법원은 정상참작 감경을 하더라도 자격정지는 1년 미만으로 줄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벌금 감경에 관한 형법 제45조 단서와 비교해 해석한 결과입니다. 결국 이 죄로 유죄가 인정되면 아무리 선처를 받아도 최소 1년의 자격정지는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공무원이나 자격정지에 따른 불이익이 큰 직업을 가진 분이라면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실무적으로 더 뼈아픈 점은 이렇게 얻은 녹음이 증거로 쓰이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는 불법으로 취득한 내용을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고, 제14조 제2항은 이를 타인 간 대화의 녹음에도 적용합니다. 외도를 입증하려고 녹음했지만 정작 이혼소송에서는 그 증거가 배척될 수 있고, 녹음한 사람은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셈입니다. 이혼 협상에서도 상대방에게 고소라는 강력한 반격 수단을 쥐여 주는 결과가 됩니다.

그렇다면 외도가 의심될 때 증거는 어떻게 모아야 할까요. 본인이 직접 참여한 대화나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닙니다. 배우자와 직접 나눈 대화에서 외도 사실에 대한 인정이나 해명을 녹음해 두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이 밖에 소송 단계에서는 법원을 통한 사실조회, 문서제출명령 등 적법한 절차로 자료를 확보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이 판결은 1심 판결이므로 항소 여부와 확정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추가 확인 필요). 그럼에도 배우자의 외도라는 절박한 사정이 있더라도 몰래 녹음은 명백한 범죄이며, 그 대가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준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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