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나쁜 기억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합니다.안녕하세요.이따금 떠오르는 나쁜 기억이 내 머릿속을 맴돌고 괴롭힐 땐 어떻게 그 생각을 떨쳐낼 수 있는 걸까요?오늘 피자가 먹고 싶어 어머니와 대화를 하다가, 어머니가 대수롭잖게 '그 피자 가게'가 맛있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과거의 나쁜 기억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벌써 몇 년 전 일입니다. 이 날도 오빠가 술에 찌들어 피자를 시켰어요. 배달원이 왔는데 오빠는 방 안에 누워 있었죠. 제가 대신 카드를 받아 결제하려니, 아 잔액부족이랍니다. 얼른 가격을 확인했는데 2만.. 얼마였더라. 당시 공시생이었던 제 전 재산이 2만원 남짓이었으니 큰일이 난 겁니다.오빠한테 가서 말했죠. 잔액부족이라고. 이 놈은 끝까지 방구석에 숨어서 나오질 않더군요. 저는 배달원과 오빠 사이에 끼여서 절절 맸습니다. 어머니께 통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는데, 오빠도 한 번 크게 데여봐야 한다고 한사코 돈을 못 보내주겠다더군요. 그 때까지 사이에 끼여서 데이고 있던 건 저였어요. 빌었는데도 도와주지 않았어요.결국 배달원이 가고, 어머니한테 재차 통화하니 "돌아갔으면 됐다. 끝난 거다." 래요. 허허, 2차로 피자 사장님께서 직접 찾아 오시더라고요. 오빠는 여전히 방구석에 숨어 있었습니다. 중간에 화난 사장님하고 통화할 때는 "옙! 결제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큰 소리치던 인간이 정작 당사자가 오자 누워자는 척하더군요. 저만 사이에 끼어서 얼굴 다 팔리고…… 생전에 그런 수모를 겪은 적이 없습니다.겨우 어머니 도움을 받아서 피자 값을 해결했어요. 사장님을 보내고 계단을 오르려는데, 주책맞게 눈물이 나더군요. 아직 사장님도 멀리 안 가셨는데 엉엉 울면서 올라갔습니다. 피자는 오빠 주기도 싫어 현관문 밖에 내놨는데 이 새끼는 씨발 염치가 없더군요. 알아서 잘 들고 가 먹습니다.이튿날 사장님 연락처를 알아내 사과 문자와 총 3회 왔다갔다 하신 값, 만오천원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빠는 결제가 끝났는데 왜 사과를 해야 하느냐 하고, 어머니는 제가 사과 글을 잘 썼더며 희희거리셨습니다.바로 이 기억이 오늘 저를 다시 괴롭혀요. 한 번 떠오르면 다른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옵니다. 공부하는데 와서 내 목을 팔로 압박하고 죽여 버린다 개년아. 하고 욕하는 오빠. 술에 취해서 질질 짜며 사과하다가 씨발년아 들으라고. 협박하는 오빠. 새벽에 자고 있는 내 면상을 걷어차서 코피를 터뜨리는 오빠. 보일러실에 숨어서 떠는 나. 김밥을 먹고 있는데 내 턱을 걷어 차는 오빠. 어머니 지갑의 돈을 훔치는 걸 말리자 면상을 후려치는 오빠. 이런 기억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어머니는 오빠가 변했는데, 변해가는 과정인데 용서 못하는 내 성격이 더럽대요. 아, 어머니는 좋은 분입니다. 다른 면으로도 더할 나위없이 존경하는 분이고, 예……. 전 오빠를 배아파 낳아본 적이 없으니 어머니 심경은 절대 이해할 수 없겠죠.어떻게 이런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요? 사는 게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데, 저 때의 기억만 떠오르면 마음 깊은 곳에서 천불이 일어납니다. 사람을 이렇게 증오해본 적이 없어요. 그러나 이런 걸 안고 가 봐야 나한테 무슨 득이 있겠습니까? 보통 이렇게… 나쁜 기억에 시달릴 때 사람들은 어떻게 그걸 털어내죠? 독서나 공부라도 하면서 유익한 시간을 보내려고 해도,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에요. 그 때 기억만 떠오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