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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몽구스218
잘난몽구스21823.12.15

우리가 정신병을 본격적으로 질병으로 인식한 시기는?

과거에는 정신병을 악마가 들렸다는 식으로 말도안되는 해석으로 풀이했는데

이런 정신병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질병으로 인정되었고, 치료되었는지 알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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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이명훈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정신과를 의미하는 단어인 psychiatry는 고대 그리스어로 "영혼"을 의미하는 단어와 "치료"를 의미하는 단어를 합쳐 만들어진 단어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마음, 곧 정신을 치료한다는 것은 영혼을 치료한다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그에 걸맞게 정신과가 치료하는 "병"은 정말 많다. 당장 알코올 중독과 담배 중독(흡연 탐닉)이 정신과의 관할이다. 이중 알코올 중독은 정신질환 중 제일 악질 중 하나로 정신과의 최종보스이며, 흡연도 치료 난이도에서는 헬 수준이다.

    산업 혁명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신질환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 백성들에게 아예 없었다. 역사에서 흔히 폭군이라고 기록된 이들 중 상당수도 사실 심각한 정신질환적 증세를 겪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환자였던 것. 이는 궁예와 연산군이 대표적이다. 오늘날의 정신건강의학으로 볼 때, 왕위에 오르면서 편집성 성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이 발병하였고 망상, 환각, 의심 등의 행동 이상이 악화되면서 무자비한 폭군들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신질환이 심각한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을 깨닫고 난 뒤부터 인류는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각종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50만 년 전 석기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두개골에 구멍이 뚫린 인골들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서 악령을 몰아내려고 시도했던 흔적인 것. 세계 각처에서 샤먼들과 신관들이 기도문을 외고, 악령과 협상(…)을 시도하거나 간청하기도 하고, 별다른 쓸모도 없을 마술을 시행했으며, 이도저도 답이 없으면 가혹하게 매질을 해서 "정신을 차리게" 하거나 아니면 단순히 굶기기도 하였다.

    중세 서유럽에서는 로마제국 시절의 의학을 상당히 잘 계승 받아 발전시킨 이슬람권 의학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는 받아들이지 않아 정신질환자들에게 매우 좋지 않은 시대였다. 물론 몇몇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정신질환은 미친 것을 넘어 악마에게 홀린 것으로 여겨젔다. 무도병(tarantism)을 치료하기 위해 타란툴라 춤을 추게 하는 얼토당토않은 방법을 썼으며, 각종 집단 히스테리가 엄청나게 기승을 부렸다.

    정신질환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고 있던 중세 동로마 제국, 특히 세계 최고의 병원이 있던 콘스탄티노플에서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는데, 아직 정신질환의 구분이 잘 되지 않아 미친 것으로 퉁치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귀신이 들린 것"으로 판단하기는 했으나, 환자의 신체에 이상이 있어서 귀신이 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타당한 접근을 통해 치료를 한 기록이 남이있다. 물론 "귀신을 쫓기 위해" 성수는 필수적으로 처방되었다.

    그러다가 유럽에서 도시가 형성되고 관료 세력들이 힘을 얻으면서부터, 비로소 장애인들이 종교 집단의 손에서 벗어나 국가의 손으로 옮겨졌다. 물론 그것이 곧바로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들은 이제 가혹하고 열악한 조건의 수용소에서 짐승만도 못한 생활을 해야 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심지어 19세기에 이를 때까지 수용소(asylum)에서는 창살이 달린 고정 침대 같은 가혹하고 터무니없는 치료가 행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현대에도 정신의학 전문가들이 태부족한 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도국에서의 정신병원은... 그냥 벌거벗고 다니며 땅바닥에 널브러진 음식 부스러기들을 되는 대로 주워먹는 생활을 하고 있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정신질환 환자들의 존엄성은 과학에 기반한 현대적 정신의학의 발전에 의해 함께 향상되어 왔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