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AI 사법 및 자율주행 시스템을 통해 본 보편윤리의 딜레마와 기술적 결정론의 한계에 대해 글을 쓰셨는데, 전문가들은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AI 사법 및 자율주행 시스템을 통해 본 보편윤리의 딜레마와 기술적 결정론의 한계
세계화의 심화는 인류에게 '보편윤리'라는 거대한 과제를 던져주었다. 국경을 초월한 교류 속에서 우리는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개별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중시하는 '특수윤리'와 충돌하기 마련이다. 본 탐구는 이러한 고전적 철학의 난제가 현대의 가장 첨단 기술인 인공지능시스템, 특히 AI 판사와 자율주행 자동차의 알고리즘 설계 과정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우선 문화적 상대주의와 보편적 인권의 충돌 지점에서 논의를 시작해 보았다. 토착 종교적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의 사례는 칸트의 의무론적 보편주의와 왈저의 공동체주의적 특수주의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다. 칸트의 정언명령에 따르면 인간의 생명은 수단이 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기에 문화적 배경이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동체주의적 관점에서 가해자의 행위는 그가 속한 사회적 맥락에서 발현된 것이며, 이를 소거한 채 보편의 잣대만 들이대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될 수 있다. 현대 법학은 '문화적 항변'을 양형의 참작 사유로 제한적으로 인정하며 이 딜레마를 인간 판사의 직관과 유연성에 맡겨왔다.
문제는 이러한 '인간적 참작'의 영역을 기계적 알고리즘으로 치환하려는 AI 판사의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지만, '맥락'이나 '불가피함'과 같은 비정형적 가치를 수치화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논의를 확장하여,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 극한 상황에서 타인을 해쳐야만 하는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딜레마를 AI에게 적용했을 때 그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칸트 윤리학에 따르면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수단화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비록 자신이 죽음에 이른다 해도 도덕적 존엄을 지키는 것이 이성적 존재의 의무다. 인간은 공포라는 감정으로 인해 본능적으로 타인을 해칠 가능성이 높고 법은 이를 '기대가능성 이론'을 통해 면책하기도 하지만, 감정이 없는 AI야말로 역설적으로 칸트가 말한 '순수 도덕적 주체'가 되어 자기 파괴를 선택하고 타인을 구하는 알고리즘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도덕적 지위'의 범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AI가 생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면, 도로 위의 개미 한 마리를 피하기 위해 탑승자를 희생시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는가? 칸트는 도덕적 의무의 대상을 '이성적 존재(인격)'로 한정했으므로, AI의 가치 위계설정에서 인간은 동물이나 사물보다 절대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 그렇다면 1명의 희생으로 전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떠한가? 칸트의 절대주의는 수적 계산을 거부하므로 인류 공멸을 감수하고서라도 1명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지만, 이는 윤리의 목적인 '인간의 존속' 자체를 부정하는 모순에 빠진다. 따라서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는 결과론적 판단을 허용하는 '문턱 의무론'이 AI 알고리즘의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더욱 심층적인 기술적 쟁점은 AI의 행위 주체성 문제에서 드러난다. 전통 윤리학과 법학에서는 핸들을 꺾어 사람을 죽이는 '작위'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 죽게 내버려 두는 '부작위'를 구분하며, 부작위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도덕적 책임을 물어왔다. 그러나 본 탐구 과정에서 발견한 핵심적인 통찰은, AI에게는 '부작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가 주행 경로를 유지하는 것은 방관이 아니라 '경로 유지'라는 명령어를 능동적으로 연산하고 실행한 결과다. 즉, AI에게 핸들을 꺾는 행위와 직진하는 행위는 모두 계산된 '적극적 선택'이며, 이는 기존의 이중 결과의 원리(의도하지 않은 부수적 피해 논리)를 AI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윤리적 복잡성은 자본주의 시장 논리와 결합하여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딜레마'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사회 전체를 위해서는 공리주의적(다수를 살리는) 자동차를 원하지만, 정작 자신이 탑승할 때는 이기적인(탑승자를 우선하는)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이중성을 보인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소비자의 특수윤리에 부합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할 유인이 크며, 이는 결국 '공유지의 비극'처럼 도로 안전의 총량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기술이나 시장에 맡길 것이 아니라, 법적 규제와 국제적 합의를 통해 보편윤리를 강제하는 제도가 선행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윤리적 기준으로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50대 50 무작위 추첨'을 도입하자는 절차적 정의의 가능성을 검토해 보았다. 그러나 여기서 컴퓨터 공학의 본질적인 한계인 '결정론적속성'이 드러난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생성된 난수는 초기 시드값에 의해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는 가짜 무작위이며, 이는 사고의 결과가 우연이 아닌 설계된 필연임을 의미한다. 진정한 무작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양자 역학적 소음이나 열 잡음과 같은 외부의 물리적 엔트로피를 도입해야 하는데,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는 순간을 기계장치의 미세한 온도 변화나 전자의 움직임에 맡기는 것이 과연 인간의 존엄성에 부합하는가 하는 또 다른 철학적 물음으로 회귀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AI 시대를 맞이하여 보편윤리와 특수윤리의 논쟁은 단순히 철학 교과서 속의 개념이 아니라, 자율주행차의 코드 한 줄, AI 판사의 데이터 하나에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정의의 기준을 어떻게 기재할 것인가 하는 시급하고도 실존적인 문제가 되었다. 기술은 인간의 윤리적 고민을 대신해 줄 수 없으며, 오히려 우리가 미뤄왔던 도덕적 딜레마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거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평화로운 세계 공동체'와 기술의 공존을 위해서는, 완벽한 알고리즘을 찾는 공학적 노력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한계,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가치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인문학적 사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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