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높은 곳을 좋아하는 것과 잠자리를 고르는 기준은 서로 다른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높은 곳은 깨어서 지켜볼 때 좋은 자리고, 잠은 아예 다른 조건을 보고 고릅니다.
캣타워나 책장 위에 올라가는 건 시야 확보와 서열 표시에 가깝습니다. 집 안이 다 내려다보이니 뭐가 움직이는지 파악하기 좋고, 여러 마리를 키우면 높은 자리를 차지한 쪽이 우위를 표시하기도 하죠. 그런데 깊게 잠들어 버리면 그 장점은 다 사라지고 떨어질 위험만 남습니다. 좁은 선반에서 자다가 뒤척이며 굴러떨어지는 고양이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반대로 낮고 좁고 어두운 곳은 몸을 숨기기 좋은 자리입니다. 야생에서 완전히 뻗어 자려면 사방이 막혀 있어야 안전하니까요. 침대 밑이나 소파 틈, 종이상자 안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여기에 계절도 크게 작용합니다. 여름에는 바닥 타일이나 현관처럼 시원한 낮은 자리를 찾고, 겨울이 되면 오히려 높고 따뜻한 쪽으로 올라갑니다. 같은 고양이가 계절마다 자리를 바꾸는 걸 보면 체온 조절이 상당 부분이라는 게 보입니다.
그래서 관찰해 보면 자리가 두 종류로 나뉩니다. 캣타워 위에서 눈을 반쯤 뜨고 하는 얕은 낮잠, 그리고 사람 동선 근처 낮은 곳에서 배를 보이고 뻗어 자는 숙면이요. 후자를 집사 발밑에서 한다면 그 공간을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니 나쁜 신호는 아닙니다. 다만 원래 높은 데서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안 올라가고 계속 바닥에만 있으면 관절이나 몸 상태를 한번 살펴보시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