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탈중앙화 혁명은 중앙집중으로 귀결된다
혁명의 사전적 정의는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서 국가의 기초, 사회의 제도, 경제의 조직을 급격하게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이다. 국가의 기초, 사회의 제도, 경제의 조직은 개개인들을 통합하며 일부분 통제할 목적으로(따라서 사회적 화합을 이루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중앙화 된 틀이기 때문에 혁명을 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기존의 궤도에서 벗어나 탈중앙화함을 의미한다.
혁명가들은 늘 똑같은 관념론으로 탈중앙화를 주장한다. 그들에 의하면, 자신이 이끄는 새로운 혁명을 통해 "권력은 분산될 것이며, 누구나 동등한 권한을 가질것이며, 시스템은 스스로 굴러갈 것이다"고 주장한다. 어디선가 많이 들은 내용 같다면, 이 레퍼토리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재사용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비트코인을 들 수 있다.
비트코인 백서(2008, 사토시 나카모토)의 핵심 주장은 다음 문장으로 요약된다:
“신뢰할 수 있는 제3자 없이도, 온라인에서 개인 간 전자화폐를 직접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비트코인은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은행) 없이도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디지털 화폐다. 누군가 비트코인을 보내고 싶다면 먼저 '거래'를 만들어야 한다. 이 거래에는 누가 누구에게 얼마나 보내는지, 그리고 진짜 그 돈을 보낼 자격이 있는지 증명하는 디지털 서명이 들어간다. 이 거래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비트코인 참여자(노드)들에게 퍼진다.
이렇게 퍼진 거래들을 모아 하나의 '블록'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채굴자(miner)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무나 블록을 네트워크에 등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먼저 특정한 숫자 퍼즐을 푸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이 퍼즐을 푸는 과정이 바로 작업 증명(Proof of Work)인데, 여기서 사용하는 게 바로 해시값(hash)이다.
해시값은 입력된 데이터를 무작위처럼 보이는 고정된 길이의 코드로 바꾸는 방식이다. 이때 아주 특정한 조건—예를 들어 '해시값이 0으로 다섯 번 시작해야 한다'—을 만족하는 해시를 찾아야 블록을 등록할 수 있다. 해시값을 찾으려면 정답이 나올 때까지 수많은 숫자를 넣어가며 계속 계산해야 한다. 이러한 무작위 연산과정을 '채굴'이라 한다.
누군가 퍼즐을 가장 먼저 풀면, 그 사람의 블록이 전파된다. 다른 참여자들은 그 블록이 조건을 만족하는지 검증한 후, 이전까지 이어졌던 '블록체인'에 붙인다. 이렇게 하면 새로운 거래 내용이 공식적으로 기록되며,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이때 채굴자는 보상으로 새로운 비트코인과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이 모든 구조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 없이도 거래가 정직하게 처리되도록 만든 것이다. 모든 거래 기록은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고, 해시값 덕분에 내용이 변조되면 다른 참여자들이 즉시 알아낼 수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비트코인은 은행도 없고 관리자도 없지만 정확하게 작동하며, 채굴자들은 경제적 인센티브(새 비트코인 지급)를 위해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려 한다.

비트코인 백서가 발표된지 17년이 지난 오늘날 대다수의 토큰(리플과 같은 암호화폐)들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탈중앙화된 거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라 생각했던 PoW (Proof of Work: 작업 증명)구조에서 탈피해 PoS (Proof of Stake: 지분 증명)로 전환했다. PoW 구조가 가지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인 '비용' 때문이다.
이더리움(Ethereum)은 초기에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PoW 구조로 시작되었으나,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네트워크가 정체되었고, 이로 인해 가스비(거래 비용)가 건당 $100으로 치솟을 정도로 비싸졌다. 또한 모든 노드들이 동일한 정보를 저장하는 특징 때문에 데이터가 쌓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느려졌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더리움은 PoS로 전환했으며, 덕분에 더 많은 거래를 병렬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거래 비용 감소), 샤딩을 통해 성능을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 PoW 토큰들이 PoS로 전환한 이유
확정성: PoS 체인은 더 높은 처리량과 더 빠른 확정성을 제공한다.
낮은 수수료: 복잡하고 다단계인 DeFi 트랜잭션에 필수적이다.
경제적 정렬: 스테이킹이 DeFi의 자본 효율성과 자연스럽게 결합된다.
업그레이드 유연성: 거버넌스와 프로토콜 진화를 더 쉽게 만든다.
⚠️ PoS 기반 DeFi의 탈중앙화 역설
지분 집중화: 토큰 보유가 고래나 초기 투자자들에게 집중된다.
밸리데이터 의존성: 소수의 대형 스테이킹(밸리데이터) 서비스가 지분 증명 과정을 지배한다.
검열 위험: 밸리데이터가 외부 압력에 따라 특정 트랜잭션을 차단할 수 있다.
중앙집중: 투표권이 토큰 보유량에 따라 움직여 다양성을 저해한다.
PoS는 말 그대로 지분이 제일 많은 참여자가 네트워크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개인보다는 거대한 기관, 벤처캐피털, 대형 스테이킹 서비스들이 이 지분을 대거 확보했다. 실제로 현재 이더리움에서 가장 많은 ETH를 스테이킹(예치)하고 있는 Lido는, 네트워크 전체 스테이킹 물량의 3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 이는 '탈중앙화'를 표방했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단일 프로토콜이 사실상 과반을 향해가는 지분 권력을 쥐게 된다는 뜻이다.
Lido는 참여자들에게 'stETH'라는 토큰을 발행해 스테이킹(예치)의 불편함을 해소해주었다. stETH는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한 대가로 발급받는 일종의 영수증 같은 토큰이다. 이 토큰은 스테이킹된 ETH를 실제로 인출할 수 있을 때까지 유동성을 대신 제공하며, DeFi 시장에서 별도의 자산처럼 거래되기도 한다. 덕분에 사용자들은 ETH를 스테이킹한 상태에서도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네트워크의 지분 권력이 stETH를 중심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Lido를 운영하는 주체는 'DAO(탈중앙화 자율조직)'라고 불리는 공동체다. DAO는 전통적인 기업이나 기관처럼 중앙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대신, 토큰을 보유한 사람들이 투표를 통해 프로토콜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겉으로 보면 이는 매우 민주적인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토큰을 많이 가진 소수가 DAO의 의사결정권을 독점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Lido 역시, stETH 보유자들이 거버넌스를 좌지우지하면서 그 영향력이 네트워크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탈중앙화 혁명은 다시 중앙집중으로 돌아왔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제3자를 없애려는 시도는, 거대한 제3자를 새로 만들어냈다.
혁명은 탈중앙화를 꿈꾸며 시작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권력은 다시 집중된다. 이는 기술의 한계나 제도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인간 집단이 작동하는 본질적인 방식 때문이다. 권력은 늘 효율성을 추구하고, 효율성은 필연적으로 중앙집중을 낳는다. 비트코인도, 이더리움도, 그리고 Lido도 이 법칙을 피하지 못했다.
탈중앙화를 향한 시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우리는 탈중앙화된 세상을 만드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탈중앙화 자체가 인간 사회에 부합하지 않는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권력은 분산되지 않는다. 단지 새로운 이름과 형태로 다시 태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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