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 토픽

  • 스파링

  • 잉크

  • 미션


NEW

고용·노동

4# 공정채용을 외치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많은 기업이 공정채용을 말한다. 

채용 공고에는 블라인드 채용을 강조하고 공정한 절차와 객관적 평가를 약속한다. 

그러나 채용이 끝난 뒤.. 에서는 말들이 종종 나온다. 

결국 그 사람이 뽑힐 줄 알았다. 

이 말이 반복되는 조직이라면 공정채용은 그저 구호에 불과하다.

공정채용이 무너지는 순간은 평가표를 조작할 때가 아니다. 

훨씬 이전이다. 

채용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답이 정해져 있을 때다. 

내부 추천자 특정 학교 출신 특정 경력자 특정 인맥이 사전에 염두에 두어진 상태에서 채용 공고는 그저 형식적일 뿐인 절차로 전락한다. 

공고는 열려 있지만 선택지는 닫혀 있는 구조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 여부가 아니다. 

더 위험한 것은 조직 스스로가 공정하다고 믿는 데 있다. 

채용 절차는 존재하고 면접도 진행하며 평가표도 작성한다. 

외형만 보면 문제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질문은 이미 특정 사람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고 평가 기준 역시 사후적으로 합리화된다. 

이렇게 되면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공정채용은 실패한다.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가? 되새겨 보면 그 또한 아니다.

이력서는 블라인드 이력서지만, 서류전형 과정에서 미리 나이와 성별, 결혼여부를 유추할 수 있는 등본, 가족관계증명서를

받는다던가, 자격 및 경력증명서를 미리 받음으로서 특정인에 대한 유추가 가능하게끔 만들어놓고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자칭하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들도 적지않아 있다.

공정채용이 형식화되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신뢰다. 

지원자는 결과도 보지만 과정도 지켜보고 있다. 

탈락 자체보다 납득할 수 없는 평가에 더 크게 실망한다. 

이러한 것들이 기업 이미지로 남고 다음 채용에서 우수 인재를 밀어낸다. 

내부 구성원 역시 마찬가지다. 

채용 결과를 보며 조직의 기준이 무엇인지 학습하게 되고 그 기준이 성과가 아니라 

배경이라고 느끼는 순간 조직 몰입은 급격히 떨어진다.

우리가 자주 보는 장면이 있다. 

채용이 끝난 후 인사팀이 이렇게 말한다. 

절차는 다 지켰다 문제는 없다. 

그러나 절차 준수는 공정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공정은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채용과정의 설계상의 문제다. 

직무 정의가 모호한 상태에서 평가를 하면 결국 사람을 보고 뽑게 된다. 

역량 기준이 추상적이면 평가자는 자신이 아는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때 공정은 가장 먼저 희생된다.

진짜 공정채용은 불편함을 전제로 한다. 

경영진에게는 원하는 사람을 뽑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편함이 필요하고 

현업에는 면접에서 자기 사람을 밀 수 없다는 불편함이 필요하다. 

인사에게는 채용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이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는 공정채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정채용을 하겠다는 말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채용에서 무엇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절차로 포장하는 순간 공정은 선언과 동시에 무너진다. 

공정채용은 홍보 문구가 아니라 조직 철학이며 그 철학은 선택의 순간에 드러난다.

공정채용을 외치는 것보다 공정하지 않을 자유를 내려놓는 것이 먼저다. 

그때서야 비로소 채용은 조직의 미래를 만드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댓글

0

이원화 노무사

무소속

이원화 노무사
유저

0

/ 500

댓글 아이콘

필담이 없어요. 첫 필담을 남겨보세요.

같은 분야의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