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사에 드리운 프라이빗 크레딧의 그림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비법 소스, "영구 자본"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인식되는 워렌 버핏의 가장 똑똑한 투자 결정을 꼽으라면 버크셔 해서웨이 설립초기인 1967년에 National Indemnity를 860만 달러에 인수한 결정을 꼽을것이다. National Indemnity는 상업 보험회사로, 승객이나 짐을 나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송 기업들에게 여객배상책임보험이나 운송차량에 대한 보험등을 제공한다.
보험사는 금융회사의 한 종류로, 어떤면에서는 은행과 유사한 수익 모델을 가진다. 통상적으로 보험사는 다수에게 보험증권을 판매하여 피보험자에게 약정한 범위에 해당하는 상황(사고, 재해 등)이 발생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그런 상황의 발생 가능성을 계산하여 보험료(프리미엄)를 책정하기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낮고, 판매한 보험증권의 일부나 상당부분을 재보험하여 노출과 리스크를 낮춘다. 쉽게 얘기하여 100억을 보험료로 받으면 90억은 실제 보험금으로 지급하는식이다. 판매하는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험사들도 판관비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보험사업 자체의 이익률은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의 시간가치, "float"
은행대비 보험사의 진정한 메리트는 현금 접근성이라 볼 수 있다. 은행은 보통 대출이 이루어지는 순간 큰 규모의 현금이 유출되고 이를 약정한 기간에 걸쳐 회수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반해(이는 현대 은행 시스템 기준으로는 보면 틀린 주장이다. 대출이 이루어지는 순간 예금계좌에 입금되기 때문이다.), 보험은 고객에게 보험료를 우선적으로 받고 나중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덕분이다. 보험사가 상품을 열심히 팔아 보험을 드는 고객이 많아질수록 보험사의 수중에 있는 현금의 규모는 확대된다.
이렇게 정의상 내 돈은 아니지만(회계적으로 부채로 분류한다) 실질적으로는 내 돈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현금을 "float"라 하며, 보험사들은 이 float를 (이론적으로)잘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구조다. 고객들의 보험료는 꾸준히 들어오는 현금흐름으로 작용하고, 보험금 지급은 기간에 걸쳐 확률적으로 발생하기에 보험사들은 받은 보험금의 일부만 보험금 지급계정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투자계정에 할당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주요 연기금과 더불어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가장 큰 손으로 부상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 "float"를 창출하는 여러 보험사들을 인수했고, 그들의 현금흐름을 영구 자본으로 활용해 장기적인 시야로 좋은 투자를 이루어냈다.
저금리 시대의 시작
21세기 전후에 들어 보험사가 직면한 주요 과제는 금리의 꾸준한 하향추세였다. 1990년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개화한 자유무역 시대는 한국과 중국의 제조역량을 눈부시게 발전시켰고,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친기업적인 무역 인프라 덕분에 부가가치가 적은 공장들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물밀듯이 이전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장기 인플레이션 압력은 뚜렷한 하향추세로 접어들며 중립금리 또한 점차적으로 내려갔다.
보험업에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는데, 보험사들은 채권(국채, 회사채 등)이나 부동산 같이 정해진 이자/임대료를 지급하는 "Fixed Income" 상품에 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낮아진 중립금리로 인해 채권 수익률은 동반 하락했으며, 상업용 부동산 같이 오늘날 대체투자 상품으로 분류되는 자산들의 임대수익률 또한 줄어들었다. 결국 보험사들은 기존과는 다른 상품에 대한 노출을 키워서 요구 수익률을 충당했고, 그 주인공이 바로 프라이빗 크레딧이다.
보험사 자본 규제와 그 한계
보험사 규제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미국은 보험사의 RBC (Risk-Based Capital)를 기준으로 한다. RBC는 보험사의 (1) 관계사로부터의 리스크 (2) 투자자산 리스크 (3) 보험상품 리스크 (4) 금리 등 시장관련 리스크 (4) 사업 리스크 등을 재무적 수치로 합산하여 필요한 최저 자기자본금을 산출한다.
미국 보험사 RBC 계산식 | 자료: CIPR, Newsletter Volume 1
위의 계산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보험사의 종류(종합생명, 상해, 건강)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투자자산은 Covariance (공분산)에 포함되는데, 이는 "나쁜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가정하에 총 리스크는 개별 리스크를 단순 합산한 값보다 적다는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직관적으로, 순이네 집에서 물난리가 날 확률과 정이네 집에서 화재가 날 확률을 더한값은 이 두가지 재해가 동시에 발생할 확률보다 훨씬 높을것이다.
미국은 2001년에 정의된 투자자산별 상관관계를 아직까지 RBC 계산에 사용중인데, 이 값들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계산식에서 주식과 금리의 상관관계는 0으로 적용되는데, 투자자라면 이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작년부터 현실에 맞게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사 RBC 규제는 각 자산 분류내에서도 분산투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Fixed Income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채권의 발행자 수 기준으로 리스크 조정 가중치를 곱하는 방법이다.
자료: Risk Based Capital (RBC) for an Illinois Based Insurance Company, 2018
가상의 보험사 A의 Fixed Income 포트폴리오를 살펴보자:
분산투자에 대한 리스크 조정이 없다면, 보험사 A는 3천억 달러 규모의 Fixed Income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기 위해 13.6억 달러의 RBC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포함된 발행자가 3곳에 불과하므로, 조정 가중치인 2.5 (50 미만)를 곱해 실제로 필요한 RBC는 34억 달러로 급증한다. 이처럼 보험사들은 자산별 분산은 물론 자산내 분산에 대한 규제 인센티브로 인해 리스크를 통제하는 프레임워크 안에서 영업하는것으로 보인다.
"영구 자본 2.0"을 위한 구조 엔지니어링The IMF Is Raising the Alarm on Insurance Investments in Private Credit
위 기사에 따르면, 최근 IMF는 글로벌 금융 안정성 실태 보고서에서 미국 보험사들의 포트폴리오내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5%까지 상승했음을 지적하며 "사모 투자회사와 보험사들의 잠재적 이해상충과 불투명성 문제는 특별한 주의를 요구한다"고 경고했다.
매우 이상한 일이다. 현행 RBC 규제 프레임워크 안에서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 자산의 비중을 35%까지 늘리면 위험 가중치 페널티가 엄청나기에 경제적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사모투자 회사들은 인수한 보험사의 RBC 자본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버뮤다나 케이맨 제도의 재보험사에 보험자산을 일부 이전한다. 그런데 해당 재보험사는 사실 사모펀드가 소유한 보험사의 자회사인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감당하는 리스크는 동일하지만 국가별 자본규제의 차이를 이용하여 미국 본사의 재무제표에는 고객들의 보험자산이 부채(리스크 대상)로 인식되지 않는것이다. 이렇게 장부상으로 떠넘긴 보험사 자산의 규모는 무려 2천조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보험사들은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에 직접 LP로 참여(펀드에 대한 출자는 주식처럼 지분 투자로 분류)하는 대신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의 현금흐름을 기초자산으로 구조화 한 대출채권에 투자(채권으로 분류되어 위험 가중치 낮음)하여 RBC 규제를 충족하면서도 사모 투자회사의 훌륭한 자금줄로 활용될 수 있었다.
NAIC 또한 이러한 현실을 모르지 않아서, 올해부터 PBBD (principles-based bond guidance) 정책을 공식화하며 점진적인 적용을 강제했다. PBBD는 문자 그대로 투자상품의 법적 형태에 얽매이는 대신, 해당 투자의 경제적인 결과가 지분투자에 가까우면 지분투자로, 채권에 가까우면 채권으로 분류하는 방법론이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채권으로 분류되었던 보험사들의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 투자는 앞으로 상당 부분이 지분투자로 재분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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