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된 송금책의 법적대응 방안
1. 송금책의 법적 지위 및 책임
가. 송금책의 역할과 법적 책임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송금책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원을 보이스피싱 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거나, 피해자의 계좌에서 인출한 금원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송금책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구조상 범죄 목적 달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현금수거책보다 죄책이 무거운 것으로 평가됩니다(인천지방법원 2022. 3. 18. 선고 2021노4566 판결).
송금책의 행위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돈을 세탁·은닉하여 자금 추적의 위험을 제거하고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익으로 확보하는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2. 2. 18. 선고 2021노2742 판결).
나. 적용 가능한 범죄
송금책에게는 다음과 같은 범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1) 사기죄 또는 사기방조죄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른 사기죄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순차적 또는 암묵적 의사결합 아래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한 경우 공동정범이 성립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6. 11. 선고 2020고단4605 판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사기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편취금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되어 가중처벌됩니다.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3)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송금책이 피해자들의 계좌에 있던 돈을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이 지정한 계좌로 옮기면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또는 휴대전화번호를 사용한 행위는 범죄수익의 취득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것으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3. 1. 27. 선고 2022노2804 판결).
4)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
보이스피싱 조직이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에 해당하는 경우, 송금책으로서 조직에 가입하거나 활동한 경우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도8600 판결).
2. 고의 인정 요건 및 판단 기준
가. 사기방조죄의 고의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행위를 말하므로,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이른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방조범에 있어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충분합니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28 판결).
나. 고의 인정을 위한 판단 요소
판례는 송금책의 사기방조 고의를 판단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1) 채용 과정의 이례성
비대면으로 채용되고, 구체적인 회사 정보나 업무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경우, 정상적인 업무가 아닐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됩니다.
2) 업무 내용의 특이성
타인 명의로 송금하거나, 거래내역에 다른 이름을 기재하도록 지시받는 등 정상적인 금융거래와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범죄 가담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됩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7. 20. 선고 2022고단4817 판결).
3) 대가의 적정성
업무의 난이도나 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당을 받는 경우 불법행위 가담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4) 본인 명의 계좌 사용 여부
본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경우, 범죄 적발 시 신원이 특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 인식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4. 14. 선고 2022노2645 판결).
5) 범죄 인식 가능성에 대한 확인 노력
조직원에게 범죄와 무관한지 확인하거나, 보이스피싱 주의 안내를 받고 이를 조직원에게 알린 경우 등은 범죄 인식이 없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됩니다.
6) 사회생활 경험 및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인식
일반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체는 해당 사건을 접해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단순히 사회생활 경험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범죄 인식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4. 14. 선고 2022노2645 판결).
3. 무죄 판결 사례 분석
가.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7. 20. 선고 2022고단4817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대출을 받기 위해 팀장으로부터 계좌에 돈을 입출금하여 거래내역을 만들어 신용도를 올려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본인 명의 계좌로 입금된 돈을 지정하는 계좌로 송금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사기방조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이 회생절차와 관련하여 대출을 받기 위해 팀장과 비대면 접촉을 한 점
금원 이체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이미 개설되어 사용하던 자신의 은행계좌를 그대로 이용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행위를 통하여 얻은 수익은 거의 없는 점
피고인이 팀장에게 자신의 은행계좌를 알려주면서 범죄행위에 이용되는 것이 아님을 재차 물어보았고, 만약 피고인이 우려하고 있는 사정이 있었다면 이체행위 등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은행계좌가 지급정지 되자 팀장은 피고인에게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서 하는 일반대출을 해주겠다면서 피고인을 안심시키려 한 점
이 사건 범죄행위가 하루 동안에만 이루어진 점
나. 서울고등법원 2023. 4. 14. 선고 2022노2645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아르바이트로 채용되어 본인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여 피해자 등으로부터 금원을 송금받고 이를 성명불상자가 지정하는 계좌들로 다시 송금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사기방조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이 본인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성명불상자의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적발될 경우 위 계좌의 사용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신원이 특정될 수 있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현금 송금책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할 만한 행위라고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이 수행하였던 업무의 난이도나 강도에 비추어 통상의 아르바이트에 비하여 다소 높은 수당을 지급받기는 하였으나 그 금액이 피고인이 불법을 의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이 기업은행으로부터 잘못 송금된 금원의 반환 요청을 받거나 본인 명의 계좌가 지급정지되는 상황을 겪으면서도 계속하여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금원을 이체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후에도 성명불상자로부터 한도가 높은 계좌가 더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서 우체국이나 다른 은행에 이를 알아보기도 하였고, 배정되는 일의 양이 줄어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조직은 수사기관 등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취업' 등의 형태로 일반인들을 수거책, 송금책으로 유인하여 그들로 하여금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지급받아 다시 이를 다른 계좌로 입금하도록 하여 편취금을 회수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실체는 해당 사건을 접해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울 수 있는 점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 사회생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아르바이트가 그 채용 과정에 있어 다소 이례적이라는 것을 넘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까지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3. 8. 10. 선고 2022고정397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로부터 금융기관의 채권추심업무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피고인 명의 계좌로 입금된 돈을 성명불상자가 알려준 제3의 계좌로 송금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사기방조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조직은 수사기관 등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취업 등의 형태로 일반인들을 수거책, 송금책으로 유인하여 그들로 하여금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지급받아 다시 이를 다른 계좌로 입금하도록 하여 편취금을 회수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형태는 인터넷 검색 등으로 용이하게 그 불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아르바이트가 그 채용 과정에 있어 다소 이례적이라는 것을 넘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까지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4. 유죄 판결 사례 분석
가. 의정부지방법원 2023. 1. 27. 선고 2022노2804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여러 범죄조직으로부터 가담의뢰를 받아 직접 송금책으로 가담하거나 다른 송금책을 감시하는 역할 등을 수행하여 범죄에 가담하고 그 수익을 나눠받았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현금을 무통장입금한 행위가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들의 계좌에 있던 돈을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이 지정한 계좌로 옮기면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또는 휴대전화번호를 사용한 것으로, 범죄수익의 취득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울산지방법원 2021. 10. 29. 선고 2021고단2873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구직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자로부터 '지정한 장소로 찾아가 채무자들을 만나 현금을 수금하여 지정한 계좌로 송금해주면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송금책 역할을 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확정적으로 인식하고 범행에 이른 것은 아니고 미필적 고의를 갖고 한 범행으로 보았으나, 보이스피싱 범죄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범죄의 근원을 밝혀내거나 피해를 회복하기도 어려워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큰 범죄이므로 이를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5. 법적 대응 방안
가. 수사 단계에서의 대응
1) 범죄 인식 부재 입증
송금책으로 기소된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업무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대출 관련 업무, 채권추심 업무 등)
본인 명의 계좌를 사용하여 신원이 특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
조직원에게 범죄와 무관한지 확인한 사실
보이스피싱 주의 안내를 받고 이를 조직원에게 알린 사실
얻은 수익이 범죄 가담을 의심할 정도로 높지 않았다는 점
2) 증거 수집 및 제출
다음과 같은 증거를 수집하여 제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직원과의 대화 내용(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채용 과정에서의 광고 문구나 제안 내용
본인이 처한 경제적 상황(대출 필요성 등)
본인 명의 계좌 사용 내역
보이스피싱 주의 안내를 받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3) 피해 회복 노력
피해자들과 합의하거나 피해금을 변제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나. 재판 단계에서의 대응
1) 고의 부재 주장
사기방조죄의 성립을 위해서는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방조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하므로, 이러한 고의가 없었음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특히 미필적 고의조차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무죄 판결 사례 원용
앞서 살펴본 무죄 판결 사례들을 원용하여, 본인의 사안이 무죄 판결 사례와 유사한 점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3) 양형 참작 사유 주장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다음과 같은 양형 참작 사유를 주장하여 형을 감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초범이거나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한 점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이 많지 않은 점
범행을 확정적으로 인식하고 범행에 이른 것이 아니라 미필적 고의를 갖고 한 범행인 점
다. 민사상 책임에 대한 대응
1)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한 대응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책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경우, 송금책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통장을 양도함으로써 그와 같은 범죄행위를 용이하게 한 것이므로, 민법 제760조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1. 3. 28. 선고 2010가단50237 판결).
다만, 피해자가 확인 절차 없이 경솔하게 돈을 입금한 과실이 있는 경우 과실상계를 주장하여 책임을 제한받을 수 있습니다.
2) 횡령죄 성립 여부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가 대포통장 명의인 앞으로 계좌 송금한 돈을 명의인이 임의로 인출한 경우, 명의인이 보이스피싱 사기방조범이 성립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사기방조범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는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6. 결론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된 송금책의 경우, 사기방조죄 또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없었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범죄 인식 부재를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본인 명의 계좌를 사용한 경우, 조직원에게 범죄와 무관한지 확인한 경우, 얻은 수익이 범죄 가담을 의심할 정도로 높지 않은 경우 등은 범죄 인식이 없었다고 볼 수 있는 중요한 정황이 됩니다.
따라서 송금책으로 기소된 경우, 이러한 사정들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하여 무죄를 받거나,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형을 감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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