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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거래정보제공사실통보서에 ‘수사목적’이라고 적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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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염 변호사


갑자기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금융거래정보제공사실통보서를 받으면 누구라도 당황하게 됩니다. 특히 통보서에 ‘수사목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으면, 곧바로 내가 사건의 당사자인지, 이미 수사가 시작된 것인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 통보서가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피의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금융실명법은 일정한 경우 금융회사 등이 거래정보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서, 원칙적으로는 제공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제공한 정보의 주요 내용, 사용 목적, 제공받은 자, 제공일 등을 명의인에게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 문서는 내 금융정보가 외부 기관에 제공된 사실을 나중에 알리는 사후 통지의 성격을 가집니다.

문제는 ‘수사목적’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문구는 세무나 일반 행정 목적이 아니라 형사절차와 연결된 정보 제공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범죄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본인 계좌가 직접 조사 대상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입출금 상대 계좌나 연결 계좌가 함께 확인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보서를 받았다면 겁부터 먹기보다, 어떤 기관이 언제 어떤 범위의 정보를 받아 갔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은 통보서에 제공한 거래정보 등의 주요 내용, 사용 목적, 제공받은 자, 제공일 등이 포함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왜 이제 와서 이런 통지가 오느냐”고 묻습니다. 이 부분도 법에서 예정하고 있습니다. 금융실명법 제4조의2는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통보를 유예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증거 인멸이나 증인 위협 등으로 공정한 사법절차 진행을 방해할 우려가 명백한 경우, 또는 질문·조사 등의 행정절차를 방해하거나 과도하게 지연시킬 우려가 명백한 경우에는 통보를 늦출 수 있습니다. 일부 사유는 6개월 범위의 유예가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 추가 유예도 허용됩니다. 그래서 통보서를 받은 날짜와 실제 정보가 제공된 날짜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통보서를 받았을 때는 몇 가지를 꼭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먼저 제공받은 기관이 어디인지 봐야 합니다. 경찰인지, 검찰인지, 다른 기관인지에 따라 사건의 결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제공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 우편을 받았더라도, 실제 정보 제공은 몇 달 전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정보가 제공됐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인적사항만인지, 계좌번호까지인지, 거래내역까지 포함된 것인지에 따라 상황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시기 전후로 기억에 남는 거래가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금융정보 확보 절차는 생각보다 엄격하게 다뤄집니다. 대법원도 수사기관이 범죄수사 목적으로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거래명의자 관련 정보를 얻으려면 원칙적으로 법관의 영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장 없이 얻은 정보는 원칙적으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 결국 ‘수사목적’ 통보는 단순 참고 수준의 문서가 아니라, 적법절차와 연결된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통보서를 받고 바로 장황한 해명을 하기보다, 먼저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통보서를 보관해 두고, 기재된 제공일 전후의 거래내역을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누구에게서 돈이 들어왔는지, 누구에게 보냈는지, 왜 그런 거래가 있었는지, 관련 메시지나 통화내역이 남아 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두면 이후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전달, 도박자금 흐름, 가상자산 거래, 지인 부탁으로 대신 송금한 내역처럼 계좌 흐름이 핵심이 되는 사안은 초기에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정리하면, 금융거래정보제공사실통보서에 ‘수사목적’이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바로 같은 의미의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내 금융정보가 형사절차와 관련해 제공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분명히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구 자체에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통보서에 적힌 기관, 시점, 범위와 실제 내 거래를 차분히 대조해 보는 일입니다. 법은 금융정보 제공 사실의 사후 통보와 통보유예 요건을 명확히 두고 있고, 판례도 수사기관의 금융정보 확보 절차를 엄격하게 보고 있습니다.

이 통보서는 결론을 알려 주는 문서가 아니라, 내 금융거래가 수사 절차와 연결되어 검토되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문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겁부터 먹기보다, 무엇이 언제 어떻게 제공되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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