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개구쟁이 스머프>의 사회는 완벽한 공산주의 사회를 제시하고 있는데 원작자가 원래부터 의도하고 만든 작품인가요?
개구쟁이 스머프의 작가 Peyo가 공산주의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만화 속 스머프 사회는 붉은 옷을 입은 파파스머프를 지도자로, 나머지는 그들의 역할에 따라 완벽히 구분되고 조화되어 침범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적으로 묘사되는 가가멜은 끊임없이 스머프를 잡아서 스프를 끓여 먹으려 하거나 스머프를 잡아서 황금으로 만들어버리려는 의도를 보여줌으로써 공산주의 사회를 몰락시키려는 자본주의의 침투를 빗대어 은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스머프를 보면서 궁금해진 것은 그렇다면 작가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둘 다 비판하고 풍자한 것인지, 아니면 스머프는 선이고, 가가멜은 악으로 표현되는 작품의 내용으로 보아 공산주의 사회를 찬양한 것인지 판단이 어렵습니다.
혹시 이러한 생각을 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고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유병철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예전에, 한 개그프로가 생각납니다.
한참 과장되고 무대포적인 개그를 한 뒤, "개그는 개그일뿐, 따라하지 말자" 는 유행어를 남겼지요.
스머프의 탄생비화에 보면, 작가가 동료만화가와 식사하다가 소금 좀 달라고 하려는데, 갑자기 그 소금이란 단어가 생각이 안나, Schtroumpf (우리나라에서는 '거시기' 정도의 표현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좀 달라고 했다가 그걸 재미있어했던 동료가 위트를 섞은 비아냥(?) 하는걸 보고 만들어졌다는 일화가 있는데, 이렇게 무계획적으로 우연히 만들어진 동화에 그렇게 계획적인 내용으로 공산주의를 표방했다는것은 과한 해석이라 보여집니다.
물론, 파파스머프의 빨간옷이 공산주의자들이 내세우는 혁명의 색상이며, 스머프들의 동일한 의복형태가 중국공산당의 마오제복을 뜻한다고 이야기하며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파파스머프가 자신이 없을때 무질서해지는 스머프들을 보고 "너희들이 하는 행동은 인간들과 다를게 없다" 고 꾸짖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인간세상의 공산주의도 부정하는것으로 봐야할겁니다.
즉, 작가가 공산주의자라기보다는 '이상주의자' 라는 표현이 더 맞을것같습니다.
처음 공산주의도, 가장 이상적인 사회를 목표로 했습니다만, 실제 인간의 심리와 개성,행동경향을 무시하고 지나친 이상적 이론을 가지고 만든 헛점이 드러나지요. 만일 그 이상적 유토피아가 완벽했다면 왜 중국이 개인재산을 인정하는 개방형을 받아들였을까요.
유명한 소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돈까밀로와 빼뽀네' 시리즈에서도 나오지만, 유럽의 사회주의는 구소련이나 중국과는 그 해석에 대한 차이가 있으며, 보편적으로 많이 퍼져있는 사상입니다. 그렇기에 벨기에인인 작가가 어느정도 영향을 받았을수 있다는 가정은 충분히 있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식이면 백설공주의 일곱난장이도, 각자 개인의 재산이 없이, 똑같이 일을 하고 똑같이 분배하여 밥을 먹고 똑같은 집의 침대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하는데, 이걸 공산주의라 할 수 있을까요? 안데르센이 공산주의적 사상을 어린아이들에게 심어주려 이런 동화를 만들었다 할수 있을까요?
동화,만화는 기본적으로 판타지를 바탕으로 합니다. 현실에 있기 어려운 상상의 나라가 기본입니다. 최근 나오는 만화중엔 극도로 사실적인 만화들도 나오긴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럴거면 왜 궂이 만화로 그리는지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냥 현실 세계의 배우들 써서 있음직하고 현실감 느끼기 쉽게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게 사람들이 그 정서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더 효율적 아닐까 하는 의문에 대해 아직 시원스런 답변을 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작가가 치밀하게 공산주의를 찬양하기 위해 스머프를 만들었다고 치죠.
그런데,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 십중팔구는 "그게 그런뜻이 있었어?" 할겁니다.
일단 만화를 보는 순간 사람들은 '현실세계와 다른곳'이란 전제를 기본적으로 자동인지하며 보는것이 일반적이기때문에, 그리 심각하게 해석하며 받아들이지 않았을것이라 봅니다.
한 작가가 인생이 저무는것을 표현하고 싶어 해가 지는 풍경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고 일출의 모습이 생동감있고 무언가 새로운 생명의 태동을 느낀다고 평가를 한다면, 그때부터는 이미 작가의 의도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봅니다.
많은이들이 그걸 어찌 받아들이는가에 있어, 스머프를 보면서 스머프 사회가 공산주의를 뜻하며 가가멜이 스머프를 황금으로 만들려는 추악한 자본주의자이며 아지라엘이 자본가에 부려지는 프롤레타리아다. 이런 이야기까지 생각하며 보는이가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그래서 서두에 말씀드린대로...
"개그는 개그일뿐" 이란 말처럼, 만화는 만화일뿐, 과도한 재해석은 의미없는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사회를 의도적으로 몰락시키려 노력한것이라기보단 공산주의의 이상에 헛점이 많아 스스로 무너져내린것이라 보는게 더 가깝지않을까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간이 발전한것은 게으르기때문이다.'
손으로 물고기를 잡는것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우니 나무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꿰어 잡기 쉬운 도구를 만들었고, 잡은 고기에서 식감이 좋지않은 부분을 떼어내고 먹을때마다 손으로 찢는 노력을 덜하기 위해 날카로운 칼을 만들어내고 하는 일들이... 결국 더 편해지고 노력을 덜하기 위한 일들이었다는것입니다.
100%까지는 공감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상당한 공감이 가는말인데,
기본적으로 그렇게 편한걸 추구하고 게으른 인간본성을 무시하고,
모든이들이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분배받아 사는 사회라는것 자체가 일단 말이 안된다 봅니다.
인간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중 하나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무언가를 책임지는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육체적인 게으름보다 더한것이 심적인 게으름이라 생각한다면,
인간의 목숨을 책임져야하는 의사의 업무를 누가 먼저 나서서 맡으려 할까요? 조금만 실수해도 한사람의 생명이 오갈수 있고, 치명적 불구가 될수도 있다는 심적 부담을 느껴가면서까지 그런 어려운일을 기꺼이 할 성인군자같은 사람이 과연 많을까요?
하루종일 아픈 병자를 수술해야하고 그중 많은이의 죽음을 격어야하는 그런 심적 부담을 감수하고도 하루 받는 댓가는 빵한덩어리고, 벽돌을 나르는 일을 한 사람도 빵한덩어리를 받는다면, 저는 단연 심적부담은 갖지않는 벽돌 나르는일을 택할것 같은데요.. (이런다고 직업의 귀천 따지는것 아니고, 벽돌 나르는분들 비하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딴지 거는분 안계시겠지요 설마?ㅎㅎ)
또, 시원한 에어컨바람 쐬어가며 실내에서 서류정리하는 사람도 똑같이 빵한덩어리를 받는다면, 당연 그 서류정리하는 일을 하고 싶어할것이고요. 누구나 편하고 싶어할겁니다. 그러면 사회직업구조가 불균형화되고 펑크 나는 직종이 생기게 될것인데... 이걸 어떻게 동일한 빵한덩어리로 맞출수 있다는겁니까? 물론, 그 경중에 따라 배분이 달라지는 방책이 있긴합니다만, 그렇다면 이게 무슨 평등입니까? 엄연한 차이를 인정하는것인데요.
결국 공산주의는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유토피아'일뿐이라 봅니다.
작가도 그런 이상주의적 세계를 그린것뿐이고요.
이런건 어떨까 저런건 어떨까 하는 문제제기와 사고를 통한 지적영역의 확장이란 부분에서 생각해보시는것은 나쁘지않지만, 너무 과도하게 몰입하시는건 불필요해보입니다.
그냥 만화적 허용(물론, 도를 넘는것들도 종종 나오기에 무조건적 허용은 금물이지만)으로 넘어가심이 좋을것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