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학문

역사

탈퇴한 사용자
탈퇴한 사용자

"황무지"에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한 의미는?

우리가 4월만되면 흔히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합니다.

황무지 첫 글귀에 나오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걸까요?

55글자 더 채워주세요.
4개의 답변이 있어요!
전문가 답변 평가답변의 별점을 선택하여 평가를 해주세요.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 탈퇴한 사용자
    탈퇴한 사용자

    안녕하세요. 임지애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T.S 엘리엇 이란 시인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후 발표한 "황무지"란 시에서 얘기했습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겨울 지나 새 봄이 오면, 겨우내 잠자던 만물들은 긴 잠에서 깨어나, 활발하게 활동하는 재생과 부활의 기쁨이 있건만, 오직 현대 인간들의 문명은 황폐화하여, 4월의 새 봄이 오더라도 결코 새로운 생명을 피워낼 수 없는 희망 없는 황무지와 같다"고 비관적으로 진단한 노래가 바로 황무지입니다. 그래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란 말은 유럽세계의 정신적 황폐와 형식화해 버린 기독교 신앙부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만, 그것은 현대의 암울한 인간 세계를 지적한 것입니다.

  • 잘난몽구스218
    잘난몽구스218

    안녕하세요. 최은서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4월이 잔인하다고 표현한 것은 겨울이 봄보다 더 좋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겨울에는 눈으로 세상의 고통과 더러움을 잊게 해주고 그나마 비축한 식량으로 조용히 지나갈수있는데 봄이 되니 봄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욕망으로 인해 삶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이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엘리엇은 민간의 신화적·종교적 맥락을 창작에 활용해 근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허기와 갈망, 외로움, 무분별한 성(性)적 남용을 고대 황무지에 빗대어 그려냈나고 합니다.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말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설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계절인 4월이 ‘잔인한’ 이유는 뭘까. 겨울 언 땅을 뚫어야 어린싹이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쩌면 추억이나 욕망이 거세된 한겨울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인은 행복했던 과거의 독일 생활을 회상한다. 내용은 리투아니아 출신 여인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시인의 의식은 다시 황무지로 이어지고 황무지의 구체적 이미지가 제시된다.

    황무지

    T. S. 엘리엇

    1. 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이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버거 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태공(太公)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인자여, 너는 말하기는커녕 짐작도 못 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 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바람은 상쾌하게

    고향으로 불어요

    아일랜드의 님아

    어디서 날 기다려 주나?〉

    “일 년 전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히아신스를 줬지요.

    다들 저를 히아신스 아가씨라 불렀어요.”

    -하지만 히아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한아름 꽃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하고 눈도 안 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황령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

    - 엘리엇 ‘황무지’ 전체 5부 중 1부 전문

  • 안녕하세요. 김종호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433행이나 되는 ‘황무지’는 종교적 신앙을 잃고(不信), 생식의 기쁨을 잃고(不毛), 썩어서 사라지길 거부해 재생도 불가능한(不活) 서구문명의 비극성을 노래한다. 봄은 생식과 부활(復活)의 계절이다. 하지만 진정한 생식과 재생이 불가능한 서구인에게 봄은 그 불가능성을 환기케 하기에 잔인하다. 또 공허한 추억과 덧없는 욕망을 일깨워 치명적 상처만 덧나게 하기에 더 잔인하다. 절망적 상황에서 희망고문을 가하기에 가장 잔인하다.

    (출처: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