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차가운자비
에밀리 디킨슨 시에 대시(—)가 많은 게 문법적으로 틀린 건가요?
에밀리 디킨슨 시를 읽어보니까 대시(—)가 너무 많아서 처음엔 오타인 줄 알았어요. 이게 의도적인 건지, 아니면 당시엔 이렇게 쓰는 게 맞았던 건지 궁금합니다.
3개의 답변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남찬우 전문가입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처음 읽을 때 가장 당혹스러운 지점이 바로 그 대시(—)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것은 오타도 당시의 평범한 문법도 아닌, 디킨슨만이 창조해낸 아주 파격적이고 의도적인 장치였습니다.
그녀가 왜 굳이 이 대시들을 고집했는지, 그 비밀을 몇 가지 키워드로 풀어 드릴게요.
1. 음악적인 '쉼표'와 '호흡'
디킨슨에게 시는 단순히 읽는 글이 아니라 소리 내어 읽는 노래에 가까웠습니다.
* 대시는 독자에게 "여기서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세요"라고 말하는 신호등 같은 역할을 합니다.
* 문장 끝에 마침표(.)를 찍으면 생각이 완전히 종결되지만, 대시(—)를 쓰면 생각이 끊어지지 않고 여운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효과를 줍니다.
2. 말로 다 할 수 없는 '침묵'의 표현
디킨슨은 죽음, 영혼, 고독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주제들을 주로 다뤘습니다.
* 그녀는 언어가 가진 한계를 잘 알고 있었기에, 단어와 단어 사이에 대시를 넣어 그 '빈 공간'에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채워넣길 바랐습니다.
*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대시라는 형태의 '침묵'으로 나타난 것이죠.
3. 문법의 파괴와 자유
당시(19세기)에도 디킨슨처럼 대시를 남발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그녀가 살아생전 발표한 극소수의 시들은 편집자들에 의해 이 대시들이 모두 마침표나 쉼표로 '교정'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 디킨슨은 규격화된 문법이 자신의 날카롭고 번뜩이는 직관을 가둔다고 생각했습니다.
* 대시는 문장과 문장을 느슨하게 연결하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해주는 그녀만의 독특한 문법이었습니다.
감상 팁: 대시를 '박자'로 느껴보세요
디킨슨의 시를 읽을 때는 대시가 나올 때마다 마음속으로 반 박자 정도 쉬어보세요. > *“I’m Nobody! — Who are you? —”*
(나는 이름 없는 아무개예요! — 당신은 누구죠? —)
이렇게 읽으면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마치 디킨슨이 바로 옆에서 조심스럽게 속삭이다가 멈칫하는 생생한 호흡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셰익스피어의 정교한 소네트나 블레이크의 강렬한 대칭 구조를 보다가 디킨슨의 파편화된 문장들을 보면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그 '멈춤'의 미학에 익숙해지면 다른 시인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여운을 맛보게 되실 겁니다.
디킨슨의 시 중에서 대시 때문에 유독 리듬이 독특하게 느껴졌던 작품이 있었나요?
안녕하세요. 서호진 전문가입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한 시도 입니다. 에밀리 디킨슨의 고유 특징 이죠.
다시말해서, 고대부터 현대 까지 그런 식으로 시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전통적인 문장부호인 쉼표,마침표,괄호등을 대부분 대시(-)로 바꾸는 것으로
행간의 단절로 시의 속도와 호흡을 조절하고
낯선 모습의 시를 통해 독자의 감정을 불안정하게 유도합니다.
안녕하세요. 손용준 전문가입니다.
에밀리 디킨슨 시에 많이 쓰인 (-) 데시의 역할은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하기 보다는 아마도 그녀의 독창적인 글쓰기 기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의 인쇄 문화와 차별화된 방법으로 시를 쓰면서 당시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 했던
표준 문법에 벗어난 표현을 통해서 자신의 독특한 필체로 자유롭게 표현을 하고자 했던 그녀의 의도가 있다고 보여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