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신건강의학, 항불안제 남용 문제가 있지 않나요?
안녕하세요.
제가 겪은 경험을 토대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작년에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지나치게 불안하고, 연속으로 그런 환경에 노출되었더니 일시적인 공황발작까지 겪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정신병이 아닌가 싶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았습니다. 거기서 풀-배터리 검사를 마치고 공황발작을 동반한 기타 명시된 불안장애라는 진단을 받아 항불안제를 처방받고 복용하였습니다.
항불안제를 먹고 나니 오히려 평소에 더 졸리고, 감정이 둔해지고, 피곤해지고, 의욕이 상실되더라고요.
그래서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생각에 약을 그냥 끊어 버렸습니다.(천천히 줄였어야 하는데 한번에 끊은 것은 제 실수가 맞습니다)
그리하여 6개월동안 부작용으로 오히려 더 심한 불안 증세를 겪었고 지금은 완전히 회복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항불안제 처방이 남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이건 특정한 정신병이 아니라 성격 기질이 매우 특이하여 생기는 문제라고 하셨고요.
제가 봤을 때는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과, 과거 다른 사람에게 약 10개월가량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한 트라우마 때문에 그런 증상이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뇌의 신경정신물질에 이상이 있던 것은 아니고,
성격과 트라우마가 결합하여 특정 상황에서 과도한 불안 증세를 느꼈던 것인데,
그렇다면 항불안제 처방이 아니라,
같은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하여 익숙함을 만들고,
트라우마를 망각하거나 해소하였어야 올바른 치료 방향이었던 것 아닐까요?
항불안제를 직접 복용하여 보니 정말 부작용이 심하고 끊는 것도 오래 걸리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쉽게 처방하는지 궁금합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 아닌가요?
안녕하세요. 강한솔 의사입니다.
항불안제 남용 문제는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계에서도 꾸준히 논의되는 주제입니다. 다만 임상적으로는 약물이 “과용된다”기보다는, 특정 상황에서 과도하게 1차 선택이 되는 경향이 있다는 정도가 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아래는 질문하신 내용과 실제 임상에서의 원칙을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1. 항불안제는 구조적으로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경우 의존·내성·금단 문제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단기간, 명확한 적응증에서만 제한적으로 쓰는 것이 국제 가이드라인입니다.
2. 불안이 “성격·트라우마·환경 요인”에서 기인한 경우
약물 단독치료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이럴 때 1차 치료는 인지행동치료(CBT), 노출치료, 트라우마 포커스 치료 등이 더 적합합니다. 약물은 보조적 역할로 사용됩니다.
3. 질문자분 사례처럼 일시적 공황발작이 있었더라도 기질적 취약성과 트라우마가 중심 원인이라면 약물을 “즉각적 안정 목적”으로 처방할 수는 있어도 장기 복용을 기본으로 두지는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4. 항불안제의 부작용(졸림·무기력·정서 둔화)은 비교적 흔하며, 갑자기 중단하면 금단성 불안이 수개월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점 때문에 “남용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5. 그럼에도 실제 임상에서 약물이 쉽게 처방되는 이유는
(1) 단기간 증상 완화 효과가 확실하고
(2) 많은 환자가 빠른 호전을 원하며
(3) 진료 시간이 짧아 비약물적 치료를 충분히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의료체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6. 하지만 현재 흐름은 벤조디아제핀 처방 줄이기, 비약물적 치료 우선 적용, 필요한 경우 SSRI 등을 통한 장기적 안정 등으로 상당히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내도 이에 맞춰 점진적으로 바뀌는 중입니다.
정리하면, 질문자분 사례에서는 약물이 “필요했으나, 충분히 신중하게 다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당시 주치의의 의도도 단기간 증상 완화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물 남용이라는 단정보다는, 약물 중심 접근이 과도했을 수 있다 정도가 더 적절한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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