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주에서 관측된 것 가운데 가장 멀리 떨어진 별이 허블 우주망원경에 포착됐다. 지구와의 거리는 무려 129억광년으로 빅뱅이 일어난지 9억년 만에 생성된 것이다. 이번 별을 발견한 연구진은 앞으로 수개월 안에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더 자세한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존스홉킨스대 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이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129억광년 거리에서 날아온 별빛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이번에 발견된 별에 연구진은 ‘아침 별’을 뜻하는 ‘에어렌델(Earende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옛 영어식 표현이다. 정식 명칭은 ‘WHL0137-LS’로, 질량은 태양의 최소 50배, 밝기는 수백만배에 이른다. 에어렌델 이전에 발견된 가장 오래된 별은 2018년 관측됐는데, 약 90억 광년 거리에 있었다. 이번 연구진의 발견으로 최장거리 별 관측 기록이 크게 경신됐다.

에어렌델을 발견한 건 ‘천운’이 따랐기 때문이다. 대개 이렇게 먼 거리에서 날아드는 별빛은 명확히 알아보기가 어렵다. 거대한 은하 전체가 작은 얼룩으로 보일 정도다.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수㎞ 거리에 있는 특정인의 얼굴을 식별하는 건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에어렌델 근처에 대형 은하단이 있었는데, 이 은하단이 내뿜는 강력한 중력이 우주 공간을 구부리면서 일종의 ‘자연 확대경’이 생겨 났다. NASA는 “에어렌델의 밝기가 1000배 이상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에어렌델이 129억광년이나 떨어진 지구 근처의 허블 우주망원경에 포착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에어렌델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129억광년 거리라는 의미는 별이 생겨난 지 129억년 지났다는 뜻과 같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멸했지만, 한창 별로서 활동할 때 남긴 빛이 먼 우주를 달려와 이제서야 지구인의 눈에 띄었다는 의미다. 지구인은 별의 과거를 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