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은 선택적으로 특정 인물과 관련된 기억만 소실된 것처럼 보이지만, 임상적으로는 그렇게 “한 사람만 정확히 지워지는” 형태의 기억상실은 매우 드뭅니다. 기술하신 양상은 외상 이후 발생한 기억 형성 장애, 즉 역행성 기억상실(retrograde amnesia)과 전향성 기억 형성 장애(anterograde impairment)가 부분적으로 섞인 형태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병태생리적으로 교통사고 이후 “머리가 띵한 상태”는 뇌진탕(경미한 외상성 뇌손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해마(hippocampus)를 포함한 기억 회로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면서 최근 기억부터 손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기억은 비교적 보존되고, 사고 전 수일에서 수주 사이의 기억이 불완전하게 소실되거나 왜곡될 수 있습니다. 현재 “3주 전 연애 기억만 공백”처럼 보이는 것도 실제로는 해당 시기의 기억이 전반적으로 불완전한 상태에서, 특정 인물 관련 정보가 더 두드러지게 빠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 하나 고려할 수 있는 것은 해리성 기억상실입니다. 이는 심리적 스트레스나 충격과 연관되어 특정 기간이나 사건의 기억이 선택적으로 차단되는 양상입니다. 다만 이 경우는 외상성 뇌손상과 달리 신경학적 증상이 없고, 사고 직후의 “머리 띵함”, 시간 경과에 따른 기억 변동 같은 양상은 상대적으로 덜 특징적입니다. 현재 기술된 경과만 보면 구조적 또는 기능적 뇌 손상 쪽이 더 우선적으로 의심됩니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점은, “어제까지는 기억했는데 오늘은 기억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변화”입니다. 이는 실제 기억 소실이라기보다 기억 회상 과정의 불안정성 또는 혼동(confusional state) 가능성도 포함합니다. 외상 후 초기에는 기억이 불완전하게 저장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회상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 특정 한 사람만 선택적으로 지워지는 독립된 질환이라기보다는 외상성 뇌손상 이후 최근 기억이 불완전하게 손상된 상태에서 특정 관계 기억이 두드러지게 빠진 상황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단순 관찰로 넘길 문제가 아니며, 특히 두통 지속, 구토, 어지럼, 기억 악화가 동반되면 지연성 뇌출혈 가능성도 배제해야 합니다.
따라서 신경과 또는 응급의학과 방문하여 뇌 영상 검사(CT 또는 MRI), 신경학적 평가를 받는 것이 권고됩니다. 참고로 외상성 뇌손상 관련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억상실, 혼동, 의식 변화가 있을 경우 영상 평가를 권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