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상진 한의사입니다.
임산부님의 코피와 설사 증상으로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임신 후기인 30주차에 접어들면 몸의 기혈 순환에 큰 변화가 생기는데, 한의학적으로는 이를 태열과 음혈 부족, 그리고 비위 기능의 저하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임신 후기에는 태아를 키우기 위해 산모의 혈액이 하초와 자궁으로 집중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상체와 머리 쪽은 음혈이 부족해지기 쉬우며, 이로 인해 허열(가짜 열)이 위로 달아오르게 됩니다. 특히 저녁 시간에 샤워를 하면서 몸의 온도가 올라가면, 혈락이 확장되고 위로 뜬 열이 코의 미세혈관을 자극하여 평소에 나지 않던 코피가 이틀 연속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코의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의미의 '비뉵'이라 부르며, 주로 상초의 열을 끄고 혈액을 맑게 하는 치료법을 씁니다.
동시에 나타난 설사 증상은 한의학에서 '비기허약'이나 '태열'이 대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봅니다. 임신 후기에는 자궁이 커지면서 소화기관인 비위와 대장을 압박하여 기능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소화기가 약해진 상태에서 상체의 열을 내리기 위해 체내 수분 대사에 변화가 생기거나, 자궁의 압박으로 장의 연동 운동이 교란되면 갑작스러운 설사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우선 마음을 편안히 가지시고 따뜻한 물을 자주 드셔 장을 보호해야 합니다. 샤워 시에는 너무 뜨거운 물을 피하고 미지근한 물로 짧게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코피가 날 때는 고개를 앞으로 살짝 숙인 채 콧방울 양옆을 5분에서 10분 정도 지긋이 눌러 압박 지혈을 해주시고, 미간이나 콧등에 차가운 물수건을 대어 열을 내려주십시오. 만약 코피가 20분 이상 멈추지 않거나 설사가 하루 3회 이상 지속되면서 복통이나 자궁 수축, 태동 감소 등이 동반된다면, 한의원이나 산부인과를 즉시 방문하여 정확한 진찰을 받으셔야 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시며 남은 임신 기간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