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상진 한의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일기를 쓰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싶으시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기에 분노나 거친 말을 쏟아내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정신 건강은 물론 한의학적으로도 기혈 순환을 돕는 훌륭한 치유법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억울한 감정이나 분노가 마음속에 쌓여 소통되지 못하는 상태를 기울(氣鬱)이라고 합니다. 말구대로 기운이 한곳에 뭉쳐서 통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 기울이 깊어지면 몸 안에 비정상적인 열이 생기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잠을 청하기 어려우며, 소화가 안 되거나 두통이 생기는 등 신체적인 증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흔히 말하는 화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분노와 욕설을 일기장에 자유롭게 배설하는 행위는 한의학의 치료 원칙 중 하나인 소간해울(疎肝解鬱)과 맞닿아 있습니다. 소간해울이란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장기인 간의 기운을 소통시켜 뭉친 울화를 흩어버리는 치료법입니다. 속상한 감정을 억지로 누르고 착한 말만 골라 쓰려고 하면 오히려 기운이 더 꽁꽁 가둡니다. 반면, 아무도 보지 않는 나만의 공간에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터뜨리는 것은 막힌 기혈을 뚫어주는 일종의 '감정적 침 치료'나 다름없습니다. 마음속 불덩어리를 밖으로 꺼내어 태워버리는 과정인 셈입니다.
다만 감정을 쏟아낸 후에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내가 왜 이토록 화가 났는지 내면의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 더욱 좋습니다. 거친 표현에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솔직하고 건강한 방어기제이니, 앞으로도 일기장 안에서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편안하게 모든 감정을 쏟아내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몸과 마음의 화기를 내리고 건강을 지키는 지혜로운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