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심근비대증 의심 진단, 확진 시 관리
고양이가 하루 한 번 정도 기침한지 좀 돼서 어제 동네 병원에서 엑스레이 및 혈액 검사를 했습니다. 검진결과 원장님께서 고양이 심장 사이즈가 좀 크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심장쪽 수치만 평균보다 좀 높아서 심장 문제로 기침하는 걸 수 있으니 좀 더 큰 병원, 심장 초음파 전문 병원에서 초음파로 정확한 진단을 받길 추천한다 하셨습니다. 고양이 나이도 9살 반으로 노령묘에 접어들고 페르시안 종으로 유전병 확률도 있으니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는 건 이해합니다.
궁금한 점은... 그래서 심장 질환 확진 받으면 죽을 때까지 약 먹이고 관리 하면 되는 건지. 꾸준히 병원 방문 등의 추적 관리도 필요한지. 투약 시작하면 중단은 어려운지. 심장 질환이 아닐 경우 기침 관리만 하면 될지... 정도인 것 같네요.
사실 저는 사람도 연명 치료 해가며 목숨 부지하는 것에 회의적이어서요... 심장병은 완치 개념도 없다고 하고 늙어가는 고양이가 죽을 때까지 병원 나다니고 약 먹이고 하는 게 진짜 고양이를 위한 일인지 사람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인지 판단이 잘 되지 않습니다.
나이듦에 따라 비례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각종 병증 치료에 애쓴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보호자밖에 모를 고양이랑 떨어져서 입원 시키고 뭐하고 할 시간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 같이 보내주고 먹고 싶은 거 먹이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물론 아직은 기침 외에 다른 증상은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은수 수의사입니다.
심장질환의 확진 수단 즉, 진단의 golden standard는 심장 초음파 검사로 확진을 받아야 그 후의 관리/치료 방향이 결정됩니다. 확진되고 반드시 약물치료등 공격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정기적으로 추적검사만 하면서 삶의 질에 포커스를 맞춰 관리하는 방법이 적용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확진이 최우선입니다.
심장 질환의 치료 및 관리는 연명치료가 아닙니다. 연명치료는 삶의 질이 최악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와 작별의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는 치료이지만, 심장 질환의 치료는 삶의 질을 끌어 올리는 치료이기 때문에 개념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심장 질환의 치료를 연명치료와 같은 선상에 두고 선택하는 것은 옳지 못한 관점입니다.
또한 정답은 아니겠지만 경험상 "적극적으로 치료를 한 경우"와 치료를 하지 않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 같이 보내주고 먹고 싶은 거 먹이고 하는 경우" 등 어떤 경우를 선택해도 결국 보호자는 반드시 후회합니다.
그래도 "뭐라도 해주며 치료해줄걸", 반대로 "치료하지 않고 맛난거나 많이 먹일걸" 하고 말입니다. 어떤 후회를 선택하느냐는 보호자의 몫이지만 심장치료의 목적은 질병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그 기간동안 삶의 질을 끌어 올려 짧은 삶이지만 알차고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며 "아이와 더 많은 시간 같이 보내주고 먹고 싶은 거 먹이고 하는" 그 과정에서 고통스럽지 않게 해주는게 목적입니다.
결국 아이가 떠난 후 보호자가 어떤 후회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잘 고민해보시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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