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가 부품 제조사를 일일이 공개하지 않는 건 현재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차는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복잡한 제품이라, 어떤 업체와 어떤 조건으로 계약했는지를 기업의 영업 비밀로 보기 때문입니다. 제조사는 '완성차' 전체에 대해 품질을 보증할 책임이 있어서, 개별 부품의 출처를 모두 밝힐 의무는 지금까지 강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로 배터리 제조사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실제로 국토교통부 등에서 핵심 부품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된 부품에 대해서는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설령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사고가 나면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자동차 브랜드가 책임을 지게 됩니다. 소비자는 부품사를 몰라도 차를 판 회사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고, 그 후에 자동차 회사가 부품사와 해결하는 구조인 셈이죠. 앞으로는 유럽의 디지털 제품 여권처럼 부품 정보를 더 꼼꼼하게 기록하고 공개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가 계속 변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