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산이 씻겨 내려갔는지를 기준으로 잡으시면 계속 답이 안 나옵니다. 냉방 중에 생기는 응축수는 헹굼물이 아니거든요. 걱정을 두 갈래로 나누시면 훨씬 깔끔해집니다.
응축수는 공기 중의 수분이 차가운 핀에 맺혀서 생기는 물입니다. 위에서 부어 흘려보내는 물이 아니라 맺힌 자리에서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물이라, 핀 전체를 골고루 훑고 지나가지 않습니다. 사십 분 돌리셨으면 희석은 많이 됐지만 헹궈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지금 바람 쐬시는 건 괜찮습니다. 구연산은 식품에도 들어가는 약한 유기산이고, 물에 타서 뿌리신 데다 창문 열고 강풍으로 사십 분을 돌리셨으면 실내 공기 쪽은 사실상 정리됐습니다. 안심하셔도 되는 이유가 씻겨 내려가서가 아니라, 그 정도 농도로는 원래 자극이 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는 건 사람이 아니라 기계 쪽입니다. 냉각핀은 알루미늄이고, 산이 남은 채로 마르면 표면 산화가 진행됩니다. 구연산 청소법에 물로 헹구라는 말이 늘 따라붙는 게 그래서입니다.
그러니 오늘 급하게 하실 일은 없고, 다음에 여유 있을 때 분무기에 맹물만 담아 핀에 한 번 더 뿌려 주세요. 그게 사실상의 헹굼이 됩니다. 세제를 또 쓰는 게 아니라 물로 밀어내는 것이라 부담도 없습니다.
끌 때 송풍으로 말리시겠다는 것도 맞는 판단입니다. 다만 냄새의 본체는 때가 아니라 곰팡이와 세균이라, 젖어 있는 시간이 길면 그대로 다시 번집니다. 구연산은 때를 녹인 것이지 곰팡이를 없앤 게 아니라서, 며칠 뒤에 냄새가 슬슬 돌아와도 청소를 잘못하신 게 아닙니다.
그리고 냄새는 앞에서 보이는 핀보다 물받이와 안쪽 송풍팬에서 올라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앞에서 뿌린 액은 거기까지 잘 닿지 않습니다. 해마다 같은 냄새가 반복되면 그건 분무로 되는 영역이 아니라 분해 청소 영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고무 패킹에도 산은 좋지 않으니 다음번엔 희석 농도만 좀 지켜 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