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문은 사실 "무얼 위해 달려야 하는가?"보다 "이제는 왜 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특히 말씀하신 상황을 보면 단순한 번아웃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해온 일을 사고 후유증 때문에 더 이상 하기 어려워졌다면, 직업 자체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일부를 잃은 경험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의사로, 어떤 사람은 운동선수로, 어떤 사람은 개발자로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되면 단순히 직장을 잃는 것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생기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달리는 이유는 사실 거창하지 않습니다.
가족을 위해
경제적 안정 때문에
배우자나 아이를 위해
배우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단순히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길 바라서
그런데 그런 목표들은 대부분 "달릴 수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합니다.
사고 이후 1년 넘게 헤매고 있다면, 지금은 다시 전력질주할 방법을 찾기보다 "예전과 같은 속도로 달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번아웃 상태의 사람들은 보통 목표가 있는데 힘이 없습니다.
반면 큰 상실을 겪은 사람들은 힘도 없고 목표도 흐려집니다.
둘은 꽤 다릅니다.
"다시 뛰어야 하는데 왜 못 뛰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를 천천히 정리해 보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평생 거창한 꿈 하나를 품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시기에는 그냥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목표인 사람도 많습니다. 몇 년 후 돌아보면 그 시기가 다음 방향을 찾는 준비 기간이었던 경우도 많고요.
질문 마지막에 "여러분은 무얼 위해 달리고 계신가요?"라고 하셨는데, 사람들의 답은 제각각일 겁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처음부터 분명한 목적지를 알고 달린 것이 아니라, 달리면서 목적지를 바꿔 왔다는 점입니다.
10년 동안 한 분야에서 일해 왔다가 사고 이후 1년을 헤매고 있다면, 그건 실패라기보다 인생의 큰 전환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지금은 "어떻게 다시 전처럼 뛸까"보다 "앞으로는 어느 방향으로 걸어갈까"를 고민하는 시기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