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에프터이펙트에서 삼차원 모델을 처음 만졌을 때 딱 그 지점에서 막혔던 기억이 나요. 먼저 전제 하나만 뒤집고 시작할게요. 에프터이펙트에는 일러스트레이터나 블렌더 같은 그룹 기능이 아예 없습니다.
대신 그 역할을 하는 게 부모 설정, 그러니까 페어런팅이에요. 널 오브젝트를 하나 만들어서 삼차원 스위치를 켜고, 머리와 몸통과 꼬리 레이어의 부모를 전부 그 널로 지정합니다. 그다음 널만 회전시키면 세 개가 한 덩어리처럼 같이 돌아요. 그룹으로 묶은 것과 결과는 똑같습니다.
그런데 진짜 걸림돌은 그다음입니다. 에프터이펙트가 지비엘이나 오비제이 같은 삼차원 모델 파일을 직접 불러올 수 있게 된 건 이천이십삼 버전부터인데, 불러온 모델은 파일 하나가 통째로 레이어 하나예요. 어도비 공식 문서에도 메시별로 애니메이션을 주려면 다른 프로그램에서 분리해 각각 별도 모델로 가져오라고 적혀 있습니다. 모델 안에 들어 있는 뼈대나 리깅도 에프터이펙트에서는 손댈 수 없고요.
그러니까 강아지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 있는 파일이라면, 그걸 에프터이펙트 안에서 머리와 몸통과 꼬리로 쪼갤 방법은 없습니다. 블렌더 쪽에서 파트별로 따로 내보내 주셔야 해요.
이때 제가 크게 헤맸던 게 원점입니다. 내보내기 전에 각 파트의 원점을 실제 회전축 자리로 옮겨 두세요. 꼬리는 꼬리 뿌리, 머리는 목 부근입니다. 원점이 엉뚱한 데 박혀 있으면 회전을 줄 때 파트가 제자리에서 도는 게 아니라 궤도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계층은 여러 단계로 쌓을 수 있어요. 꼬리는 몸통 널에 물리고 몸통 널은 다시 전체 널에 물리는 식이죠. 그러면 전체 널을 돌릴 때는 다 같이 돌고, 몸통 널만 돌리면 꼬리만 따라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관절이 여러 개인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목적이라면 블렌더에서 움직임까지 다 만들어 렌더한 다음 에프터이펙트는 합성과 후반 작업만 맡기는 쪽이 결국 훨씬 빠릅니다. 에프터이펙트의 삼차원은 소품 몇 개 배치하고 카메라 워크를 주는 용도로 쓸 때 제일 강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