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균같이 알면 알수록 재평가할 여지가 없는 인물도 재평가 논의가 계속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원균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재평가할 여지가 전혀 없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관련 컨텐츠에서 보면 완전한 악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여지를 두는데 그냥 순수 악인 내지 무능 그 자체로 나와도 될 것 같은데 왜 원균에게 변명의 여지를 두려할까요??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이기준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원균에 대한 재평가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크게 대두된 적은 없고, 7~80년대인가 그러한 기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균옹호론은 1978년 이정일의 고려대 석사학위논문 '임란시 원균의 공과에 관한 일고'를 시작으로 1980년대 이재범의 《원균정론》에서 소개되고, 소설가 고정욱의 《원균, 그리고 원균》, 소설가 김탁환의 《불멸》,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와 이를 2004년에 드라마로 만든 《불멸의 이순신》으로 이어지며 원균 옹호론을 퍼트리는데 앞장 섰다고 합니다. 저도 의아한 것은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은 이순신의 이미지를 더욱 상승시키는 드라마로만 알았는데 내용 중에 일부 원균의 입장을 옹호하는 내용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덕일도 《우리 역사의 수수깨끼》에서 원균 옹호론을 전개한 바 있지만 이건 10년도 더 전의 일이며, 그 이후 다른 책에서 원균을 옹호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1970~80년대의 원균 재평가 기류는 단순히 학문 연구가 발달하는 과도기에 나온 것들이므로 이러한 내용이 정론으로 추대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0년 2월 15일에 원균의 후손으로 원종섭이라는 사람이 <새로 쓰는 원균이야기>라는 책에서 마치 원균을 임진왜란을 이겨내게 한 숨은 공로가 있는 것으로 서술하면서 책 홍보를 하다보니 웹에서 여기저기 검색되고 이야기되는 것 같습니다.
그 책에서 서해 유성룡이 집필한 징비록에서 시작된 이순신 성웅 만들기, 원균 역적 만들기가 시작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정치적으로 유성룡이 자신이 천거한 이순신이 구국의 영웅이 되는 것이 자신의 입지나 입장에도 도움을 줄 것이니 그렇게 한 사람은 성인처럼, 한 사람은 악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원종섭이라는 사람의 주장인 듯 합니다. 하지만 이순신이 임진왜란 때 전승을 하며, 왜를 몰아내는데 최고의 공이 있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원균이 자신의 조상이니 역적 또는 악인이기보다는 어떻게라도 좋은 점을 부각시켜 공이 있는 사람으로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역사라는 것은 승자의 기록이고, 활자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므로, 실제 그 시대의 상황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역사적인 의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