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당시 이창호 9단은 이미 전성기를 지난 상태였고, 공식 대회 출전도 줄어들면서 세계 랭킹도 많이 내려가 있었어요. 반면 이세돌 9단은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에서 활약 중이었고, 무엇보다도 스타성, 공격적인 스타일, 대중 인지도 면에서 딥마인드가 원하는 ‘AI vs 인간’ 대결의 상징으로 딱 맞는 인물이었죠. 실제로 이세돌은 예측 불가능한 수를 두는 창의적인 기사로 유명해서,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상대였다고 평가받았어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이세돌 본인이 이 대결을 수락했다는 점이에요. 이창호 9단은 당시 은퇴를 고려하거나 공식 대국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제안이 갔더라도 수락했을 가능성은 낮았을 거예요.
그리고 커제도 결국 알파고랑 붙었죠. 다만 순서가 달랐을 뿐이에요.
2016년에 알파고가 처음 인간 프로기사와 공식 대국을 할 때는 “AI가 인간 최고수를 이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핵심이었기 때문에, 기술적 상징성과 대중적 파급력을 고려해서 이세돌이 선택된 거고요, 그 대국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잖아요. 그 후 1년 뒤인 2017년에 알파고는 커제와 3번기 대국을 펼쳤고, 이때는 알파고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상태였어요. 이세돌보다 커제 실력이 좀 더 좋으니 알파고도 진화를 해서 2.0버전이랑 붙은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