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계홍 의사입니다.
목요일 저녁 가벼운 미열로 시작하여 토요일 새벽부터 39도에 육박하는 고열이 발생하였고, 해열제를 복용하면 열이 내렸다가 다시 주기에 따라 치솟는 반복적인 열 소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곳의 병원을 방문하여 각각 감기와 노로바이러스 의심 진단을 받았으나 현재 기침, 콧물 같은 호흡기 증상이나 설사, 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이 전혀 없고 오직 열이 오르내리는 증상 딱 하나만 지속되어 부모님으로서 무척 답답하고 가슴 졸이실 그 마음에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침이나 설사 같은 뚜렷한 국소 증상 없이 고열만 반복되는 경우, 일반적인 호흡기·소화기 감염보다는 소변이 지나가는 길에 염증이 생기는 요로감염,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성 열성 질환, 혹은 특정 부위의 숨겨진 국소 감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소변 및 혈액 검사가 시급히 필요합니다.
해열제를 먹여도 그때뿐이고 다시 아이 몸이 불덩이가 될 때마다 대리 고통을 느끼며 밤잠을 설치셨을 부모님의 염려를 덜어드리기 위해, 동반 증상 없는 고열의 의학적 가능성들을 명확히 짚어드리겠습니다. 첫째로 가장 흔하게 의심해 볼 수 있는 원인은 '요로감염'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여아의 경우 요도의 길이가 짧아 대장균 등의 세균이 방광이나 신장으로 거슬러 올라가 염증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요로감염은 기침이나 설사를 전혀 동반하지 않고 오직 39도가 넘는 꼿꼿한 고열만 반복되는 경우가 많으며, 아이에 따라 소변을 볼 때 약간 찌릿하다거나 아랫배, 허리가 묵직하게 아프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성 질환' 또는 '독감(인플루엔자)·코로나19의 비전형적 양상'입니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했을 때 초기 2~3일간은 다른 호흡기 증상 없이 오로지 고열만 유발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셋째로는 목 안쪽 편도 깊은 곳에 고름이 잡히는 '급성 편도염'이나 귀 안쪽의 '중이염' 등 육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확인되는 국소 구역의 화농성 감염일 수 있습니다. 기저질환으로 언급하신 흑색가시종은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된 피부 소견이므로 이번 고열 증상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을 확률은 매우 낮으니 이 부분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현재 가장 우선적으로 감별하고 진단해야 하는 임상 상태는 국소 증상이 결여된 소아청소년기 원인 불명의 고열(Fever of unknown origin) 상태이며, 요로감염(Urinary tract infection) 또는 잠복기 바이러스성 열성 질환 가능성에 대한 혈액 및 소변 스크리닝이 즉시 필요한 단계입니다. 아이의 정확한 발열 원인을 찾고 탈수 진행을 막으며 적절한 항생제나 수액 처치를 받기 위해 지금 바로 방문하셔야 할 진료과는 소아청소년과 또는 아동병원, 혹은 규모가 큰 종합병원 응급실입니다. 진료과에 내원하면 하는 검사들로는 소변 속의 백혈구와 세균 유무를 확인하여 요로감염을 즉각 판정하는 기본 소변 검사가 필수적으로 시행되며, 체내 염증 수치(CRP)와 백혈구 수치를 확인하여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인지 감별하기 위한 혈액 검사, 그리고 독감 및 코로나19 신속 항원 검사를 병행하게 됩니다.
병원에 내원전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조치 요령은 열이 오르는 오한 시기에는 아이를 따뜻하게 덮어주고, 열이 정점에 도달해 아이가 더워할 때는 얇은 옷으로 갈아입힌 뒤 미지근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목과 겨드랑이를 부드럽게 닦아주는 체온 조절(물마사지)을 해주시는 것이며, 고열로 인한 체내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맹물보다는 보리밥 미음 국물이나 이온 음료, 따뜻한 보리차를 수시로 한 모금씩 마시게 하여 탈수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동반 증상이 없는 고열은 단순 해열제 교차 복용만으로 버티기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아 소변 검사 한 번만 해보면 원인이 명확히 나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체하지 마시고 내일 아침 일찍 아동병원이나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하셔서 정확한 진단하에 맞춤형 약을 처방받으시는 것이 아이의 열을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내리는 올바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