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 초기기록은 조작되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주류 사학계에서 삼국사기의 초기기록은 김부식이 조작한 가짜라는 것이 정설이라는데 왜 이런 정설을 주류역사학자라는 사람들이 주장하나요?
안녕하세요. 이주연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1. 《삼국사기》, 《삼국유사》 같은 책이 조작되었다는 의심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일제강점기의 조작 가능성, 다른 하나는 저 두 책이 편찬될 그 시점부터 조작되었을 가능성.
2. 일단 첫번째 조작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책, 게다가 《삼국사기》, 《삼국유사》 정도로 유명하고 널리 퍼진 책을 일제강점기처럼 후대에 조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는 이미 조선시대에 널리 퍼져 있었고, 심지어 청나라나 일본에도 알려져 있던 책들입니다. 일본이 아무리 날고 기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이렇게 손댈 범위가 넓은 역사책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송두리째 조작할수는 없습니다. 맨인블랙에 나오는 기억력 조작장치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모를까, 불가능한 일입니다.
3. 두번째 조작의 가능성은 일단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역시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일단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편찬한 김부식, 일연이 역사를 조작할 이유가 없습니다. 흔히 김부식이 신라 왕족 출신이라 신라를 높이고 고구려, 백제를 깎아내렸다라거나, 김부식이 사대주의자라 자주적인 내용을 삭제했다는 식의 주장이 종종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국사기》에는 이런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러이러한 내용은 예법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사서에 기록되어 있으니 차마 뺄 수 없어 기록한다."
유학자인 김부식이 보기에 예법에도 어긋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빼는 것은 옳지 않으니 그대로 기록한다"는 뜻이죠. 이런 말까지 대놓고 기록하고 있는 책이 《삼국사기》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 역사를 축소하고 삭제하는 일을 했을까요?
4. 사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두번째 조작, 즉 김부식이나 일연이 작정하고 조작했다면 지금의 우리로서는 그 사실을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위에 쓴 내용도 그렇고, 여러 정황상 김부식이나 일연이 그런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안녕하세요. 손용준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초기 기록은 김부식이 허위로 창작한 것이지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는 내용이 바로 식민 사관이라고 생각 합니다. 현행 <국사교과서>에 삼국의 시조가 누락되어 있는 것도 이런 사관의 반영인데요. 제7차 교육과정 이전의 <국사교과서>는 부록의 ‘역대 왕조 계보’에서 삼국 초기 국왕들의 재위 연대도 삭제했었다고 합니다. 고구려는 제6대 태조왕(53~146)부터 재위 연대를 기록했고, 백제는 제8대 고이왕(234~286)부터, 신라는 한술 더 떠서 제17대 내물왕(356~402)부터 재위 연대를 기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을 처음 창안해 낸 인물은 조선사편수회의 식민사학자 쓰다 소키치 입니다. 그는 <고사기 및 일본서기 연구 1919)>의 부록인 ‘삼국사기 신라본기에서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을 최초로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삼국사기>에 대한 면밀한 연구 결과 나온 이론이 아니라 일본 고대 사서인 <고사기>와 <일본서기> 연구의 부수물로 연구한 결과물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