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가 고장 난 건가 물으셨는데, 지금 상태는 그보다 더 단순합니다. 후드가 냄새를 빼내는 구멍이 아니라 냄새가 들어오는 구멍이 되어 있는 겁니다. 저녁 시간대에만 난다는 점이 그 증거입니다.
오피스텔은 세대마다 따로 굴뚝을 내지 않고 하나의 공용 덕트에 층층이 물려 있는 구조가 많습니다. 아랫층이나 옆집이 후드를 세게 돌리면 그 덕트가 양압이 되고, 후드를 안 켠 세대의 얇은 차단막을 밀고 냄새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적어주신 단서 중에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에어컨을 송풍으로 돌렸을 때 같은 냄새가 난다는 부분입니다. 이건 냄새가 후드만이 아니라 벽 속 공간을 타고 들어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에어컨 배관이 벽을 뚫고 나가는 구멍을 슬리브라고 하는데, 여기를 우레탄폼이나 실리콘으로 제대로 막지 않은 집이 꽤 많습니다. 그러면 배관 샤프트 안의 공기가 그대로 실내로 들어오고, 송풍을 돌리면 그 공기가 먼저 나옵니다.
복도에서는 냄새가 안 나고 화장실에서는 덜 난다고 하신 것도 이 설명과 맞아떨어집니다. 현관 문틈이나 화장실 환기구가 아니라 주방과 에어컨 배관 쪽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손볼 순서는 이렇습니다. 하나, 후드 안쪽 차단막이 기름때로 굳어 안 닫히는지 열어서 닦아 보기. 둘, 후드 배기구에 역류방지 댐퍼를 다는 것. 셋, 에어컨 배관과 드레인 호스가 벽을 통과하는 자리를 실리콘으로 막는 것입니다.
셋 다 반나절이면 손볼 수 있는 범위이고 비용도 크지 않습니다. 그래도 계속 나면 공용 덕트 쪽 문제라 관리사무소에 층별 댐퍼 점검을 요청하시는 게 맞습니다. 원인 찾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