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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사고, 단순 불안감만으로는 손해배상 받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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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수 변호사

1. 사건 개요

최근 대법원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2025년 12월 4일, 대법원 민사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해피캠퍼스 회원이었던 A 씨가 운영사인 에이전트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대법원 2023다311184).

이 사건은 2021년 9월 발생한 해킹 사고로 약 40만 명의 회원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가 유출된 사안입니다. A 씨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주장하며 법정 손해배상금 3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 법원의 판단 기준

가. 개인정보 유출과 손해 발생의 구별

대법원은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경우까지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하려는 게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는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사실 자체와 실제 손해 발생을 구별해야 한다는 중요한 법리를 확인한 것입니다.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가 수집한 개인정보가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유출된 경우, 그로 인하여 정보주체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8다222303,222310,222327 판결):

  • 유출된 개인정보의 종류와 성격

  • 개인정보 유출로 정보주체를 식별할 가능성 발생 여부

  • 제3자의 유출된 개인정보 열람 여부 또는 열람 가능성

  • 유출된 개인정보의 확산 범위

  • 추가적인 법익침해 가능성 발생 여부

  • 개인정보 관리 실태와 유출 경위

  • 피해 발생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

나. 1심 법원의 판단

1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A 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첫째, 유출된 개인정보 중 비밀번호는 사전에 암호화 조치가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둘째, 이메일 주소의 유출만으로는 정보 주체가 구체적이고 예상 가능한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에이전트소프트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즉시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에 신고하고, 불법 접속 경로를 차단했으며, A 씨에게 해킹 알림 통지서를 보내 비밀번호 변경을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구체적인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에이전트소프트가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방지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인정하면서도, "안전조치 의무 위반을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동일시할 수 없고, 에이전트소프트의 중과실로 A 씨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실제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7다256910 판결).

3.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의 손해배상 법리

가.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요건

개인정보 보호법 제39조 제1항은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이 법을 위반한 행위로 손해를 입으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개인정보처리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아니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개인정보처리자의 법 위반 행위와 정보주체의 손해 발생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 권리침해와 손해의 구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하여 논리필연적으로 정신적 손해가 곧바로 발생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양창수, 『민사의견서집 제1권』, 박영사(2025년), 134-136면). 권리침해와 손해는 별개의 개념으로, 권리침해가 있더라도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은 성립하지 않습니다(한국정보법학회, 『정보법 판례백선(Ⅱ)』, 박영사(2016년), 608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2. 12. 26. 선고 2011다59834,59858,59841 판결).

다. 정신적 손해의 판단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개인정보 주체가 감내하지 못할 정신적인 충격과 이로 인하여 금전적으로 위자 받아야 할 필요성이 발생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양창수, 『민사의견서집 제1권』, 박영사(2025년), 134-136면).

모든 개인정보 유출이 정신적 손해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정신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모두 위자료로 배상하여야 하는 수준의 것은 아닙니다(양창수, 『민사의견서집 제1권』, 박영사(2025년), 130-131면).

4. 개인정보처리자의 대응 조치의 중요성

가.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

이 사건에서 에이전트소프트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즉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습니다: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및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에 신고

  • 불법 접속 경로 차단

  • 정보주체에게 해킹 알림 통지서 발송

  • 비밀번호 변경 요청

이러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 조치는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었습니다(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8다222303,222310,222327 판결).

나. 사전 보안 조치

비밀번호에 대한 사전 암호화 조치 역시 중요한 평가 요소였습니다.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는 손해배상 책임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됩니다(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7다207994 판결).

5. 실무상 시사점

가. 개인정보처리자의 입장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개인정보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특히 비밀번호 암호화 등 기본적인 보안 조치는 필수적입니다.

둘째,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관계 기관 신고, 불법 접속 차단, 정보주체 통지 등의 조치를 즉각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발생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후 조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나. 정보주체의 입장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입증해야 합니다:

첫째, 단순한 불안감이나 우려를 넘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둘째, 유출된 개인정보로 인해 실제로 추가적인 법익침해가 발생했거나 그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함을 증명해야 합니다.

셋째, 개인정보처리자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6. 결론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 자체만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정보처리자는 사전 보안 조치와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정보주체는 단순한 불안감을 넘어 실질적인 손해를 입증할 수 있어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 주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지만, 동시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까지 무분별하게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 사건의 판단에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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