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그냥 보기만 했는데요? 딥페이크, 이제는 '시청'도 범죄입니다
며칠 전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가 만든 것도 아니고 누구한테 보낸 것도 아닌데, 단톡방에서 몇 번 본 게 문제가 되나요?" 몇 년 전이라면 대답이 조금 애매했을 겁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딥페이크(deepfake)는 AI로 특정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다른 영상에 감쪽같이 합성하는 기술입니다. 문제는 이 재료가 대부분 남의 얼굴 사진, 즉 명백한 개인정보라는 데 있습니다. 내 SNS에 올린 평범한 사진 한 장이 누군가의 손에서 성적인 영상으로 둔갑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고, 최근 몇 년간 피해가 급격히 늘면서 법도 빠르게 촘촘해졌습니다.
만들기, 뿌리기, 그리고 보기까지
핵심 조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입니다. 이름은 딱딱하지만 내용은 단순합니다.
우선 남의 얼굴, 신체, 음성을 당사자 뜻에 반해 성적으로 편집·합성·가공하면, 그러니까 딥페이크를 제작만 해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제1항). 이걸 퍼뜨리면 역시 같은 형이고(제2항), 돈을 벌 목적으로 인터넷에 유포하면 형이 훌쩍 무거워져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제3항). 벌금형이 아예 없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이야기일 겁니다. 정작 많은 분들이 놓치는 건 제4항입니다. 이런 영상물을 소지하거나, 구입하거나, 저장하거나, 시청한 사람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다운로드받아 갖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내려받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보기만' 해도 걸린다는 뜻입니다. 상습범이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제5항).
그러니 "나는 만든 사람도 유포한 사람도 아니다"라는 항변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호기심에 링크를 한 번 눌러본 것이 곧바로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 얼굴을 합성하면 더 무겁습니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은 성착취물을 '제작'한 사람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성인 딥페이크와는 형의 무게가 비교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대법원 판결 하나는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5년 8월 14일 선고한 2024도17801 판결에서, 실제 아동의 얼굴에 다른 사람의 나체를 합성한 딥페이크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착취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그 아이가 등장한 것이 아니라 만들어낸 이미지이기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오해하면 안 됩니다. 처벌하지 않겠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그런 합성물이라도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등장하는 성착취물에는 해당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인물의 외모와 신체발육 상태, 실제 나이나 신원, 제작 경위, 배경 설정 등을 전체적으로 따져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요컨대 누가 봐도 미성년자인 합성물이라면 여전히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기술은 클릭 몇 번이면 되지만, 그 클릭의 법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만드는 사람, 퍼뜨리는 사람뿐 아니라 그저 보는 사람까지 처벌 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지금 우리 법의 태도입니다. 내 얼굴이 재료가 되지 않도록 사진 공개 범위를 한 번쯤 점검하는 일, 그리고 무심코 열어본 영상이 어떤 성격인지 의심될 때 곧바로 창을 닫는 습관. 사소해 보여도 이 두 가지가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참고 법령·판례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제11조 제1항
-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도17801 판결(원심: 서울고등법원 2024. 11. 1. 선고 2024노1823 판결)
0
0
/ 500
필담이 없어요. 첫 필담을 남겨보세요.
같은 분야의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