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정말 모든 생명이 소중한 게 맞는 건가요...
무슨 말이라도 들어야 마음이 정리가 될 것 같아 적습니다. 비난도 좋습니다. 지금 저에겐 조언이나 충고가 필요합니다. 제 곁엔 그런 말을 해줄 사람이 없거든요.
저는 아버지 없이 유복자로 태어났습니다. 친가 쪽엔 다 돌아가시고 고모 한 분만 계셨는데 고모도 제가 13살 때 돌아가셔서 친가 쪽은 완전히 전멸했고 외가 쪽은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고모 돌아가신 해에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친척 이모들 많지만 우애가 깊은 사이가 아니라서 제게 어른이라곤 엄마 한 명 뿐이었고 위에 2살 터울의 오빠가 있습니다. 친척들 있어도 제가 첫 자식도 아니고 아빠없이 태어나서 그런지 관심은 못 받고 컸습니다. 없는 와중에 그나마 오빠가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면 받았을까요. 오빠가 그렇게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이제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아주아주 내성적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타인과 대화를 잘 나누지 못 했어요. 지금와서 보면 선택적 함묵증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는 어른들이 무서워서 눈치를 많이 보고 자란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이 제 엄마한테 전화해서 아이 시선이 이상하니 정신과를 가보라고 했답니다. 전 이 이야기를 고등학생 때 처음 들었습니다. 엄마도 참 고생이 많았고 여전히 고생하시며 사십니다. 아버지가 사고로 가시고 과부가 되서 안 좋은 시선을 겨우 한 두살 된 자식들 때문에 참아가며 자식들 먹여 살린다고 일만 하고 살았으니까요.
중학생 땐 처음으로 친구를 사겼고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였습니다. 고등학교는 1지망에 떨어져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의 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내성적인 탓인지 또 환경이 바뀌면서 적응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어리석게도 공부를 되게 못하고 안했던 학생이었는데 인문계고를 가서 갑작스러운 입시 분위기에 방황한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에 대해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분위기 따라 가야할 것 같아서 원서 넣고 합격해서 대학을 갔습니다. 근데 제가 원해서 간 게 아니라 제 스스로가 못 사는 가정환경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해서 진학 했습니다.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살아라고 하셨는데 가정환경이 이렇다보니 20살이 되면 바로 독립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근데 이 생각은 제가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가정에서 자립할 힘을 받은 적도 없고 스스로도 내성적이고 남 눈치만 보는 나약한 녀석이란 걸 간과한 것이죠. 결국 못 버티고 자퇴하고 그 이후로 인생이 꼬이더라고요. 다시 재수해서 대학갈 용기도 안 나고 알바나 일을 하려니 그 나이에 대학에 소속되지 않은 걸 의아해하던가 내성적인 게 보이니 안 받아주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결국 24살인 지금까지 이룬 게 아무것도 없네요. 사람도 거의 안 만나고 살고 자격증을 따고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제가 준비하는 직렬을 더 이상 뽑지 않더군요. 다시 정상적인 경로에 진입하려고 뭐라도 해봐도 결국 무용지물이 되는 하루하루가 제가 정말 쓸모없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죽을 용기가 안 나서 계속 숨을 쉬고 있네요.
저 진짜 답 없는 거 맞죠? 24살이나 되서 홀어머니 등쳐먹고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가정을 생각했으면 버텨서 대학을 졸업했어야 하는 건데 정말 이기적이기 짝이 없네요. 여기서 죽으면 엄마한테 더 이기적인 자식인 걸까요? 능력도 없이 등쳐먹는 자식인데 없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아버지가 살아계시고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제가 나약하지 않았을까요. 없이 자라도 끈질기게 버티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왜 이렇게 미련할까요. 왜 계속 한 번도 얼굴을 못 본 아빠가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24년 동안 살면서 세상이 저를 반갑게 맞이 해 준 적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