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말씀하신 “하려던 행동을 순간적으로 잊고 잠시 후 다시 떠오르는 현상”은 병태생리적으로 보면 해마(hippocampus) 단독 손상보다는 주의력·작업기억(working memory)·집행기능의 일시적 저하와 더 연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마는 새로운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역할이 핵심인데, 지금처럼 “금방 떠올랐다가 다시 생각나는” 양상은 저장 자체의 문제보다는 주의 집중의 끊김에 가까운 패턴입니다.
임상적으로 가장 흔한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수면 부족 및 수면의 질 저하입니다. 2개월간 수면제 복용이 있었다는 점에서, 수면 구조가 깨지면서 낮 동안 주의력과 기억 인출 능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졸피뎀 계열 약물은 복용 중뿐 아니라 중단 이후에도 일시적으로 기억력 저하, 몽롱함, 전향성 기억 장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셋째, 스트레스, 통증, 우울·불안 상태도 전두엽 기능을 떨어뜨려 유사한 증상을 만듭니다.
말씀하신 “음주 시 블랙아웃”은 별도의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는 해마 기능이 알코올에 의해 억제되면서 기억 형성 자체가 차단되는 전형적인 전향성 기억장애입니다. 반복될 경우 장기적으로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치매와의 구분이 중요한데, 현재 양상은 전형적인 치매 초기와는 다소 다릅니다. 치매는 보통 반복 질문, 동일한 내용의 지속적 망각, 일상생활 기능 저하가 동반되며, “나중에 다시 떠올리는 능력”도 점차 떨어집니다. 반면 지금은 일정 시간 후 회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역적 기능 저하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다만 50대 이후에서는 초기 인지저하 단계(경도인지장애)와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평가 접근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병력상 약물, 수면, 음주를 정리하고, 기본 혈액검사(갑상선 기능, 비타민 B12 등)와 함께 간단한 인지선별검사(예: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또는 Montreal Cognitive Assessment)를 시행합니다. 필요 시 뇌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구조적 이상을 배제합니다.
정리하면, 현재 증상만으로 해마 손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수면제 영향, 수면 질 저하, 음주, 주의력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증상이 최근 새로 발생했고 일상 기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 번은 객관적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참고: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DSM-5-TR, 대한신경과학회 치매 진료지침, UpToDate (Evaluation of memory complaints in adul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