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상 지속되는 미열이고, 기저질환이 여러 가지인 60대 어머니라면 반드시 원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가능성 높은 순서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진성적혈구증가증(Polycythemia Vera) 자체입니다. 이 질환은 골수에서 혈액세포가 과도하게 생산되는 혈액암의 일종으로, 질환 활성도가 높아지거나 진행될 때 발열, 야간 발한, 피로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빈혈이 심해졌다고 하셨는데,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에서 빈혈이 새로 생기거나 악화된다는 것은 질환이 골수섬유증(Myelofibrosis)으로 이행하는 신호일 수 있어 혈액내과 전문의의 평가가 시급합니다.
두 번째로 감염입니다. 만성신부전과 당뇨가 동반된 경우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어 요로감염, 폐렴, 피부 감염 등이 전형적인 고열 없이 미열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10일 이상 지속된다면 숨어있는 감염 병소를 배제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말씀하신 도베실산칼슘(Dobecylate, 도베셀정)입니다. 이 약은 당뇨 합병증 관련 혈관 보호제로 사용되는데, 드물게 약물열(Drug Fever)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약물열의 특징이 딱 이렇습니다. 새 약 복용 시작 후 수일에서 2주 이내에 미열이 시작되고, 다른 증상 없이 열만 지속됩니다. 복용 시작 시점과 발열 시작 시점이 10일 전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하셔야 할 것은 이번 주 안에 혈액내과 또는 주치의에게 이 상황을 알리는 것입니다. 최소한 혈액검사(전혈구검사, 염증 수치인 CRP와 ESR, 혈액배양), 소변검사를 통해 감염과 질환 활성도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도베셀정 복용 중단 여부는 반드시 처방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하셔야 하고, 임의로 끊으시면 안 됩니다. 만약 38도를 넘거나, 오한, 심한 피로, 호흡 곤란이 동반된다면 응급실로 바로 가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