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단순히 야구를 좋아해서라기보다, 고시엔이라는 무대 자체가 일본인들한테 특별한 상징이라 그래요. 1915년에 시작해 100년이 훌쩍 넘은 대회인 데다, 전국 47개 도도부현 예선을 뚫고 올라온 딱 한 학교씩만 나오는 거라 "우리 지역 대표"라는 향토애가 엄청 강하게 작동하거든요.
게다가 단판 토너먼트라 한 번 지면 그대로 끝이에요. 프로처럼 다음 시즌이 있는 게 아니라 3학년한테는 인생에 딱 한 번뿐인 여름인 거죠. 그래서 선수들이 정말 죽기 살기로 뛰고, 진 팀이 그라운드 흙을 봉지에 담아 가는 전통 같은 것도 있고요. 그 청춘의 절박함하고 순수함에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거예요.
방송도 한몫해요. 전 경기가 전국에 생중계되고, 무명이던 고교생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기도 하고 프로 스카우트 눈에 띄는 등용문이기도 하니까요. 지역 주민 입장에선 내 고향 학교가 전국 무대에 나오는 거라 온 동네가 같이 응원하게 되는 거고요.
결국 야구 실력 그 자체보다는 지역, 청춘, 단 한 번이라는 서사가 겹쳐서, 평소 야구 안 보던 사람도 빠져드는 국민적 이벤트가 된 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