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공부하시다 여기서 한 번씩 막히시더라고요. 그런데 질문에 깔린 전제 하나가 지금은 사실이 아닙니다. 통신사가 내가 무엇을 봤는지까지 다 알고 있다는 전제요.
요즘 웹은 거의 전부 암호화된 연결을 씁니다. 그래서 회선을 지나가는 데이터에서 통신사가 읽을 수 있는 건 어느 서버와 언제 얼마나 주고받았는지까지예요. 어떤 글을 읽었는지, 무슨 검색어를 넣었는지, 무슨 댓글을 썼는지는 봉투 안쪽이라 안 보입니다. 그래서 행동의 내용은 그 사이트 서버 기록 말고는 나올 데가 없어요.
두 번째 전제도 짚어야 합니다. 아이피는 사람이 아니라 회선을 가리켜요. 집은 공유기 하나에 여러 기기가 물려 같은 공인 아이피로 나가고, 휴대폰 회선은 여러 가입자가 하나의 아이피를 나눠 쓰는 구조가 흔합니다. 아이피 하나만으로는 누구인지도, 몇 명 중 누구인지도 안 나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아이피에 접속 시각과 포트 번호를 붙여야 회선 한 줄이 특정됩니다. 그 기록은 통신사가 가지고 있지만 개인이 요청한다고 열리지 않아요. 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보관 기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인터넷 접속 기록은 석 달, 나머지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열두 달이 기준이에요.
와이파이 관리자는 더 못 봅니다. 공유기는 보통 접속 기록을 저장하지 않고, 남긴다 해도 어느 주소로 나갔다 정도예요. 게다가 공유기 안쪽 기기들은 사설 아이피를 쓰기 때문에 밖에서는 서로 구분조차 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흔적이 세 군데에 나뉘어 있습니다. 단말에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가, 회선에는 어디로 나갔는지가, 서버에는 여기서 무엇을 했는지가 남아요. 아이피는 이 중 회선 쪽 실마리일 뿐이라, 행동을 알아내려면 서버 쪽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겁니다.
공부하실 때 이 구분을 손에 익혀 두시면 나중에 로그 분석이나 침해사고 대응에서 크게 도움이 됩니다. 어디에 무엇이 남는가를 먼저 그려 놓고 시작하면 헷갈릴 일이 확 줄어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