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동진 수의사입니다.
네, 지금 아주 정상적인 '사춘기(성성숙기)'를 겪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새 집으로 이사하면서 생긴 변화와 수컷 크레 특유의 호르몬 변화가 겹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여집니다.
갑자기 예민해진 진짜 이유
"저 이제 다 컸어요!" 수컷의 사춘기 (성성숙)
베이비 때 얌전했던 이유는 순해서라기보다 겁이 많고 힘이 없어서 죽은 척(부동자세)을 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제법 덩치가 커지고 수컷으로서 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기 시작하면 "나도 이제 한 마리의 강한 독립된 개체다!"라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때부터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해져 작은 자극(문 열림, 분무 등)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탈출하려는 성향(우다다)이 강해집니다.
"여긴 내 완벽한 영토야!" 사육장 확장 효과
넓은 사육장으로 옮겨간 후 활동량이 늘고 밥을 잘 먹는다는 것은 환경 적응에 대성공했다는 뜻입니다. 컨디션이 최고조라는 증거죠!
체력이 넘치다 보니 문이 열렸을 때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이고, 새 사육장을 '나만의 완벽한 영역'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외부의 침입(집사의 손이나 분무기)에 더 까칠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우다다'하는 크레와 밀당하는 법
이 시기의 크레를 억지로 잡으려고 하면 집사도 다치고(꼬리 자절 위험), 크레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당분간은 아래의 방법을 써보세요.
• 분무할 때는 '슬로우 모션'으로: 문을 확 열거나 분무기를 갑자기 들이대면 크레는 포식자가 습격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을 살짝만 열고, 분무기는 크레를 직접 겨누지 말고 벽면을 향해 멀리서 부드럽게 분사해 주세요.
• 핸들링은 잠시 '강제 휴전': 지금은 집사의 손을 '위협'이나 '귀찮은 존재'로 느낄 수 있습니다. 밥 먹일 때나 청소할 때를 제외하고는 과도한 핸들링을 줄여주세요.
• 스스로 나오게 유도하기: 꼭 꺼내야 할 일이 있다면 위에서 낚아채듯 잡지 마시고, 크레의 턱 밑이나 가슴 아래로 손을 슬며시 밀어 넣어 스스로 타게 하거나, 벽면을 타고 손으로 걸어 나오게 유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지랄견' 같은 사춘기 시기는 보통 아성체에서 성체로 넘어가는 과도기(보통 생후 8개월~1년 반 사이)에 가장 심합니다.
시간이 지나 완전한 성체가 되고 새로운 넓은 집에 완전히 익숙해지면, 넘치던 호르몬도 조금씩 안정되면서 예전처럼(혹은 그때보단 조금 덜하더라도) 차분하고 무던한 성격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우리 애가 건강하게 잘 자라느라 힘이 넘치는구나!" 하고 너그럽게 지켜봐 주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