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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소설(Gothic Fiction)의 공포 장치가 인간의 무의식과 억눌린 욕망을 어떻게 상징하나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나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 나타나는 어두운 성이나 괴물 같은 장치들이 단순한 공포를 넘어, 당시 시대상이 억압했던 본능이나 과학 만능주의에 대한 공포를 어떻게 투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남찬우 전문가입니다.

    고딕 소설에서 나타나는 공포의 장치들은 단순히 독자를 놀라게 하기 위한 시각적 효과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철저하게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연''시대적 불안'을 형상화한 정교한 상징물들입니다.

    질문하신 두 작품을 중심으로, 고딕 소설의 장치들이 무의식과 욕망을 어떻게 투영하는지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고딕 소설의 상징과도 같은 '오래된 성'이나 '지하 감옥'은 인간의 무의식(Unconscious)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낡고 거대한 성은 개인이 떨쳐내지 못한 과거의 죄책감이나 가문의 비밀을 가두는 장소입니다. 『드라큘라』의 루마니아 성은 근대적인 영국 사회(의식)와 대비되는, 원초적이고 미신적인 공포(무의식)가 도사리는 공간입니다.

    성 내부의 복잡한 통로와 잠긴 문들은 우리가 스스로도 들여다보기 두려워하는 '억압된 욕망'의 층위를 나타냅니다. 프로이트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도덕적 자아(Superego)에 의해 깊숙이 처박힌 본능적 욕망(Id)의 유배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딕 소설 속 괴물들은 대개 주인공(혹은 인간)의 '분신(Doppelgänger)' 역할을 하며, 억눌린 본능을 투영합니다. 피조물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지적 야망'이 낳은 흉측한 결과물입니다. 이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과학 만능주의에 대한 공포인 동시에, 사회적 규범에 길들여지느라 거세된 인간의 원초적 외로움과 공격성을 상징합니다. 빅터가 피조물을 혐오하며 도망치는 행위는,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직시하지 못하고 부정하려는 인간의 심리를 묘사합니다. 드라큘라의 흡혈 행위는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성 도덕 아래 억눌려 있던 성적 본능(Libido)을 극단적으로 비유합니다. 피를 나누는 행위는 에로틱하면서도 파괴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