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가기 어렵냐고 물으셨는데, 금융권은 오히려 인공지능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도입한 쪽입니다. 다만 우리 눈에 잘 안 보이는 자리에서 쓰고 있어서 체감이 덜한 거예요.
이유가 있습니다. 은행 업무는 숫자와 규칙으로 되어 있어서 기계가 배우기에 딱 좋은 형태고, 실수를 줄이면 그만큼 돈이 바로 절약되니 도입 효과도 즉시 계산됩니다. 그래서 신용평가 점수를 내는 일, 카드 이상거래를 잡아내는 일,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걸러내는 일, 대출 서류를 읽어 항목을 뽑아내는 일은 이미 사람이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금융이 다른 산업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설명 의무입니다. 대출이 거절되면 왜 거절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모델이 편향되지 않았는지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성능이 좋아도 속을 알 수 없는 모델은 심사 같은 핵심 업무에 바로 못 씁니다. 여기에 금융망을 외부와 분리하는 규제까지 있어서, 요즘 흔히 쓰는 외부 서비스형 인공지능을 그대로 갖다 쓰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속도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창구 응대나 단순 상담처럼 규제 부담이 적은 쪽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실제로 점포 수도 계속 줄었습니다. 반대로 심사와 리스크 판단 같은 영역은 사람이 최종 결정을 쥐고 인공지능이 근거만 만들어주는 형태로 갑니다.
그리고 사라지는 자리만 있는 건 아니에요.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일, 데이터가 규정에 맞게 관리되는지 보는 일, 감독기관에 설명 자료를 만드는 일처럼 인공지능을 쓰기 때문에 새로 생기는 자리가 금융권에는 꽤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