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질문자님께서 그런 감정을 느끼셔서 정말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요, 그 당시 저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읽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저자인 빅터 프랭클은 유대인 정신과 의사였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갇히게 돼요. 그곳은 언제 가스실로 끌려가 죽을지 모르는 지옥 같은 곳이며 몸이 조금만 약해 보여도 곧바로 도태되는 환경이죠.
하지만 프랭클은 그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을 관찰하며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돼요.
수용소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 사람들은 몸이 약한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더 이상 가망은 없다'며 삶의 의미를 먼저 포기해 버린 사람들이었죠. 반면 끝까지 버텨낸 이들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집에 있는 가족을 꼭 다시 만나겠다', '못다 한 일을 끝내겠다'처럼 아주 작더라도 자신만의 삶의 이유와 의미를 품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질문자님, 아르바이트 둘째 날부터 밀려오는 그 숨 막히는 압박감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생긴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그럴 때는 차라리 마음속으로 '그래, 오늘 한번 대차게 어리버리해 보자! 남들보다 실수 두 배로 많이 해보자!' 하고 그 두려움을 정면으로 껴안아 버려도 괜찮아요. 신기하게도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내 실수까지 인정해 버릴 때, 마음에 숨통이 트이고 진짜 내 능력이 나오기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온 신경이 '나의 부족함'에만 쏠려 있어서 마음이 더 마비되는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나를 고쳐야 한다는 강박은 잠시 접어두고, 시선을 내 밖으로 조금만 돌려보세요. '오늘 내 눈앞에 있는 이 작은 물건 하나만 닦아보자', '옆 사람 일하기 편하게 상자 하나만 옮겨주자'처럼 아주 작은 행동 하나에만 마음을 담아보는 거예요. 내가 아닌 '내가 하는 작은 일'에 집중할 때, 나를 괴롭히던 자책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예요.
유난히살빠진야채김밥님이 올려주신 글을 읽으며, 저는 질문자님이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눈치를 보고 잘못된 점을 고치고 싶어 고민하는 그 모습 자체가 실은 정말로 잘 살아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느껴졌어요.
그런 모진 일들을 겪고도 마음속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는 유난히살빠진야채김밥 님이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고 가치 있으신 분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고치거나 대단한 취업을 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오늘 하루를 버텨내고, 내일 아주 작은 일 하나를 시도해 보는 것 자체가 질문자님 삶의 위대한 의미일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관심이 있으시다면 책 한 번 꼭 읽어보시고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