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있어 보이는 것과 하얗게 보이는 것은 원리가 아예 다릅니다. 거품이 하얀 건 색소가 생겨서가 아니라 빛이 흩어지기 때문이에요.
물은 그 자체로 거의 투명합니다. 바닷물이 파랗게 보이는 건 물 분자가 붉은 계열 빛을 조금씩 흡수하고 파란빛은 덜 흡수해서, 깊이 들어갈수록 파란 쪽만 남아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얕은 물은 거의 투명하고 깊은 바다일수록 진한 파랑이 됩니다.
그런데 파도가 부서지면 물 안에 공기 방울이 수없이 많이 갇힙니다. 물과 공기는 빛이 꺾이는 정도가 달라서, 그 경계마다 빛이 조금씩 반사되고 방향이 꺾입니다. 방울이 수백만 개쯤 되면 빛은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 근처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그대로 되돌아 나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튕김이 색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빨강이든 파랑이든 똑같이 흩어져 나오고, 모든 색이 고르게 섞이면 사람 눈에는 흰색으로 보입니다. 물이 파래질 틈도 없이 빛이 바로 나와버리는 셈이에요.
같은 원리가 주변에 꽤 많습니다. 투명한 유리도 잘게 부수면 하얀 가루가 되고, 투명한 얼음도 갈면 하얀 빙수가 됩니다. 눈이 하얀 것도, 맥주 거품이 하얀 것도 전부 같은 이유예요. 재료가 투명해도 잘게 쪼개서 경계면을 잔뜩 만들면 하얗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