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고전을 어느 정도 읽어봤다면 굳이 입문용부터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먼저 홍길동전, 박씨전 정도로 몸을 푼 다음에 본격적으로 재미있는 작품들로 넘어가는 걸 추천합니다.
제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건 사씨남정기예요. 학교에서는 그냥 고전으로 배우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질투, 음모, 권력 싸움이 가득해서 조선 시대 막장 드라마 보는 느낌이 납니다. 생각보다 엄청 매워요.
좀 철학적이고 여운이 남는 작품을 좋아하면 구운몽도 추천합니다. 꿈속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 뒤 인생의 허무를 깨닫는 이야기인데, 읽고 나면 묘하게 생각이 많아집니다.
분위기가 어둡고 비극적인 걸 좋아한다면 운영전은 꼭 한 번 읽어보세요. 개인적으로 한국 고전 로맨스 중에서는 손꼽힐 정도로 슬프고 애절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괴담이나 판타지 느낌을 좋아한다면 금오신화도 재미있습니다. 귀신, 사랑, 죽음이 뒤섞여 있어서 현대 판타지 소설의 조상님 같은 느낌이 나거든요.
그리고 의외로 장화홍련전은 꽤 암울합니다. 어릴 때 알고 있던 동화 같은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서 놀랐어요.
만약 "마라맛 좀 주세요"라면 순서를 이렇게 추천드리고 싶어요.
1. 홍길동전
2. 박씨전
3. 사씨남정기
4. 운영전
5. 금오신화
6. 구운몽
7. 옥루몽
특히 중3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이고, 외국 고전의 분위기를 좋아했다면 한국 고전도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의외의 숨은 명작으로는 창선감의록, 옥단춘전, 배비장전도 추천드립니다.
특히 운영전과 사씨남정기는 "조선 시대에도 이런 이야기를 썼다고?" 싶은 순간이 꽤 많아서 한 번 빠지면 한국 고전에 제대로 입덕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