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가 갑자기 생긴다는 게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사실 성인이 되어서 새로 발생하는 알레르기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면역계가 "무너져서" 생긴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고, 방향이 반대에 가깝습니다.
알레르기는 면역계가 약해지는 게 아니라 특정 항원에 과도하게 반응하도록 재편되는 현상입니다. 처음 노출 시에는 아무 증상 없이 감작(sensitization)이 이루어지고, 이후 반복 노출될 때 IgE 항체가 비만세포를 자극해 히스타민을 방출하면서 증상이 나타납니다. 즉, 증상이 없던 기간에도 몸 안에서 조용히 감작이 진행되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성인에서 알레르기가 새로 생기거나 악화되는 데는 몇 가지 배경이 관여합니다. 가장 흔한 것은 누적 노출량입니다. 고양이를 예로 들면, 어릴 때부터 키웠거나 주변에 있었더라도 일정 임계량을 넘어서는 시점에 감작이 완성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주 환경 변화, 스트레스, 수면 부족, 호르몬 변화도 면역 조절에 영향을 줍니다. 30대 여성의 경우 호르몬 변동이 알레르기 역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고양이, 꽃가루, 갑각류처럼 서로 다른 계열의 항원에 동시다발적으로 반응이 생겼다면, 단순히 하나의 원인보다는 전반적인 알레르기 역치가 낮아진 상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알레르기내과에서 피부단자검사(skin prick test)나 혈청 특이 IgE 검사를 통해 정확히 어떤 항원에 감작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면역 치료(탈감작 요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생활에서 할 수 있는 건 각 항원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고, 증상이 심할 때는 항히스타민제로 조절하시면 됩니다. 갑각류처럼 음식 알레르기의 경우 아나필락시스로 진행할 수 있어, 반응이 두드러기 이상으로 심하게 왔다면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 처방 여부를 의사와 상의해보시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