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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상담

은근히확신하는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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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러는지 저의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전학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그냥 가고 싶어서, 혹은 부모님이 다투셔서, 때로는 제가 학교에서 사고를 쳐서 등등,거의 학교를 1년 다니고 전학을 가다싶이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성격은 매우 내향적이었습니다. 친구 무리 중에서 그중 한 명인 엑스트라 같은 삶을 살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A'라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A는 저와는 다르게 외향적이고 밝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A는 저와 잘 맞는 부분이 많아서 빠르게 친해졌습니다. 그 덕분인지 제 성격도 내향적인 모습에서 외향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다가 부모님이 이혼하시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또 전학을 가게 되었고, 저는 정말 슬펐습니다.

그 이후로 A를 잊고 살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저는 'B'라는 여자아이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B에게 좋은 이미지로 보이고 싶어서 살도 열심히 빼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다 B가 저에게 고백을 했고 저는 그 고백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기쁘고 좋았습니다. B는 비밀 연애를 원했고 저도 알겠다고 했습니다.

보통은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면 서로 연락하며 연애를 했겠지만, 저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사귄 지 100일이 넘을 때까지 제가 먼저 연락한 적이 없었고, B가 먼저 연락하더라도 조금 하다가 마는 식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비밀 연애라 아무것도 못 하고, 집에서는 연락을 안 하니 사귀지만 사귀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여름방학에 시작한 연애는 크리스마스 당일에 B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며 매우 조용히 끝났습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헤어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A가 떠올랐습니다. 3년 동안 잊고 살던 A가 말이죠.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생각이 계속 나고,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지금의 성격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뺨을 때리며 저를 괴홉히기 시작했습니다. A를 생각하지 말라고 스스로를 다그쳤습니다. '다른 여자아이와 사귀다가 헤어지자마자 바로 다른 여자를 생각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에 제 자신이 정말 한심하고 짐승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가정사도 안 좋아졌습니다. 저는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엄마에게서 전화가 오더니 술에 취해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는 엄마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완치되셨지만 당시에는 매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엄마의 SNS를 보게 되었는데, 다른 남자와 연애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걸 보는데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엄마가 "내가 남자친구가 생기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을 때, 저는 분명 "괜찮다, 엄마가 행복하면 됐다"고 말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겹치면서 저는 제 볼이나 팔을 때리거나 벽을 주먹으로 치는 등 점점 더 제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단체로 선생님께 혼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너무 한심해서 제 뺨을 주먹으로 세게 쳐서 멍이 크게 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저도 충격을 받았는지 자신을 괴롭히는 행동은 멈췄습니다.

가정사나 자해했던 기억 등 다른 힘든 일들은 시간이 지나며 잊혔는데, A만은 잊히지 않습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그 아이가 생각나 보고 싶고, 로맨스 웹툰이나 연애 이야기, 사랑 노래를 접하면 계속 생각이 납니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려고 '나는 A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 아이는 내 인생을 바꿔준 큰 시계태엽 같은 존재일 뿐이다. A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결론을 내려도 계속 생각이 납니다. 시간이 갈수록 답답해지고 잊히지 않습니다.

그러다 이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데, A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용기를 내어 DM으로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학교에 가더라고요. 정말 기뻤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따라 더 생각이 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현재의 A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막상 고등학교에서 만났을 때 실망할 수도 있는데, 왜 자꾸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사랑이 아니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3년 동안 잊고 있다가 다른 사람과 연애가 끝난 뒤 갑자기 예전 친구를 떠올리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이게 맞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2개의 답변이 있어요!

  • 한가한왈라비167

    한가한왈라비167

    지금까지 겪어오신 일들을 보면,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찼을 시간들이 많았겠습니다. 여러 번의 전학, 가정의 변화, 부모님의 힘든 상황까지… 그 속에서도 버텨오신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애써오신 겁니다.

    A가 계속 떠오르는 이유는 지금의 그 사람 자체라기보다, 그 시절의 안정감과 위로받던 기억이 함께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의 마음은 힘들었던 시간이 길수록, 가장 따뜻했던 기억을 붙잡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또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전에 스스로를 때리셨다고 하셨지요. 그건 나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감정이 벼랑 끝까지 몰렸다는 신호입니다. 혹시라도 다시 자신을 해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면, 혼자 견디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까운 어른이나 학교 상담 선생님, 또는 국번없이 1393(24시간 무료 정신건강 상담) 같은 곳에 도움을 요청하셔도 됩니다. 도움을 받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A를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예전의 추억과 지금의 현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천천히, 친구로서 다시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다가가 보셔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상대보다도, 지금의 당신 마음이 안전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 안녕하세요 오늘도빛나는밤에밤하늘의별똥별입니다.

    우한 가정사와 잦은 이별 속에서 A는 유일하게 온전한 자아를 찾아준 안식처였기에, 결핍을 채우려 본능적으로 떠오른ㄴ 것입니다. 이는 한심한 변심이 아닌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의 투영이니, 죄책감을 덜고 다가올 만남을 담담히 마주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