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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센때까치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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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 아쟁은 종류에 따라 어떻게 다른 것인가요?

우리나라 전통 현악기 중 하나인 아쟁은 산조아쟁과 정악아쟁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이 두 종류의 아쟁은 모양이나 연주방법, 또는 연주음악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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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정준영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전통 아쟁은 정악(正樂)용 대아쟁(大牙箏)과 민속악용 소아쟁(小牙箏, 또는 산조아쟁散調牙箏)으로 구분한다. 20세기 후반부터 다양한 음역대를 연주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개량아쟁들을 만들어 쓰고 있다.


    아쟁은 종류별로 줄 수가 달라, 표준적으로 몇 줄이라 해야 하는지 혼동이 생기기도 한다. 전통적이고 표준적인 줄 수를 말할 때는 ‘가야금은 열두 줄’ 하듯이 ‘아쟁은 일곱 줄’이라 하는 것이 맞다. 다만, 현재 정악용 대아쟁은 아홉이나 열 줄, 산조용 소아쟁은 여덟 줄짜리가 가장 많이 쓰인다고까지 덧붙이면 거의 정확하다 할 수 있다.

    정악에 쓰는 대아쟁 중에서 일곱 줄짜리 대아쟁은 길이 약 150cm, 너비 약 23cm(국립국악원, 『국악기실측자료집 1』)로 전통 현악기 중 가장 크다. 대아쟁의 줄 수는 오랫동안 일곱이었으나, 1964년 한국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인 서울시립관현악단이 창단될 때 더 넓은 음역대를 소화할 수 있도록 악기 제작자 김붕기가 기존 아쟁보다 울림통이 크고 줄 수도 일곱에서 아홉으로 늘린 대아쟁을 선보였다.


    오늘날 대아쟁은 전통 정악곡 연주에서조차 일곱 줄짜리보다 아홉 줄짜리를 더 많이 쓰고 있으나, 개론서들에서는 여전히 ‘아쟁은 일곱 줄’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야금의 줄 수가 여러 가지로 개량되었어도 여전히 ‘가야금은 열두 줄’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대아쟁의 활대는 이름과 달리 활[弓]이 아니고, 나무(본래 껍질을 벗긴 개나리나무 가지를 사용하지만 요즘은 나무를 깎아 만든다.) 막대기를 미끈하게 다듬고 마찰력을 더하기 위해 송진을 발라 쓴다. 이를 ‘활’ 대신 굳이 ‘활대’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 은연중에 ‘미끄러질 활’(滑) 자를 연상한 결과인 듯하다.

    거문고의 기괘(歧棵)나 가야금의 안족이 이름 그대로 기러기발 모양으로 받침 쪽이 갈라진 것과 달리, 대아쟁의 안족은 세모꼴(정확히는 상단이 매우 좁은 사다리꼴)이다.


    합주곡에서 대아쟁은 대체로 해금보다 한 옥타브 낮게 병행해서 선율을 연주한다. 해금이 포함된 대규모 관현합주나 관악합주곡에는 어김없이 대아쟁이 함께 편성된다. 합주에서 대아쟁은 대개 한 대, 많아야 두 대가 편성되며, 좌식(坐式)일 경우 연주단의 맨 앞줄 한가운데 대아쟁이 앉는다.

    민속악에 쓰이는 아쟁은 산조아쟁 또는 소아쟁이라고 부른다. 20세기 중엽쯤 처음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2년 최초의 소아쟁을 선보인 박성옥 외에도, 1970년대까지 민속음악 현장에서는 아쟁 연주자들이 편리한 대로 아쟁을 개량해 쓰거나, 가야금에 약간의 변형을 가해 아쟁으로 쓰는 일이 흔했다. 따라서 초기 소아쟁에는 일정한 규격이 없다.


    예를 들어 가야금 연주자 김죽파가 남긴 소아쟁(국립국악원 소장)은 길이 122.4cm, 너비(좁은 쪽) 19.7cm이며, 역시 가야금 연주자인 김병호가 남긴 소아쟁(국립국악원 소장)은 길이 117.2cm, 너비(좁은 쪽) 18.8cm이다.


    초기 소아쟁을 일차 표준화한 사람은 김광주(金廣冑, 1906~1984년,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기능보유자 지정)이다. 김광주의 소아쟁은 대아쟁보다 줄이 하나 적은 여섯 줄 악기였는데, 한일섭이 줄 하나(오늘날 산조아쟁의 3번 줄에 해당)를 더해 일곱 줄이 되었다. 가야금 연주자 김병호는 여기에 가장 낮은 줄 하나를 더해 여덟 줄 아쟁을 만들었고, 이것이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산조아쟁이다.

    산조아쟁의 크기는 대략 길이 120cm, 너비 20cm 안팎으로 대아쟁보다 많이 작고 심지어 산조가야금보다도 작다.


    산조아쟁의 안족은 가야금의 안족과 대동소이한 기러기발 모양이다. 활은 대아쟁과 달리 말총이 달린 진짜 활꼴이다. 아쟁의 활등은 원호(arc) 모양으로 굽어 있다는 점에서 같은 찰현악기인 해금의 일자형 활이나, 또는 오늘날 바이올린족 악기에서 쓰는, 활대가 활총쪽으로 굽은 활과 다르다.


    산조아쟁은 민속악 중 시나위, 대편성의 삼현육각(三絃六角), 남도(호남) 무속(巫俗)음악 등의 합주곡들에 편성된다. 산조아쟁이 독주에 쓰이는 것은 아쟁산조의 경우가 유일하다.

    출처 : 악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