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약은 하나의 기전이 아니라, 혈압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혈관 저항, 혈액량, 심박출량을 각각 낮추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혈압은 “심장이 얼마나 세게, 얼마나 많은 혈액을 보내는지”와 “혈관이 얼마나 좁아져 있는지”의 곱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약제는 이 두 축을 분리해서 조절합니다.
첫째,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입니다. 대표적으로 칼슘채널차단제와 안지오텐신 관련 약제(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가 있습니다. 혈관 평활근으로 칼슘이 들어가야 수축이 일어나는데, 이를 차단하면 혈관이 이완되면서 말초혈관저항이 감소하고 혈압이 떨어집니다. 또한 안지오텐신 II라는 강력한 혈관수축 물질의 생성 또는 작용을 억제하면 혈관이 넓어지고 동시에 나트륨과 수분 저류도 줄어 혈압이 내려갑니다.
둘째, 혈액량을 줄이는 약입니다. 이뇨제가 대표적이며, 신장에서 나트륨과 수분을 배출시켜 순환 혈액량 자체를 감소시킵니다. 혈관 안을 흐르는 총량이 줄어들면 압력이 자연스럽게 낮아집니다. 특히 고령, 염분 섭취가 많은 환자에서 효과가 분명합니다.
셋째, 심장의 부담을 줄이는 약입니다. 베타차단제는 심박수와 심근 수축력을 낮춰 심박출량을 감소시킵니다. 즉, 심장이 내보내는 혈액의 “속도와 힘”을 줄여 혈압을 낮춥니다.
넷째, 신경계 조절 약입니다. 교감신경계를 억제하는 약물은 혈관 수축과 심박 증가를 동시에 억제하여 전반적인 혈압 상승 신호를 차단합니다.
이러한 약제들이 중요한 이유는 고혈압의 병태생리가 단순히 “혈압이 높다”가 아니라,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의 과활성, 교감신경 항진, 혈관 내피 기능 저하, 나트륨 저류 등 복합적인 이상이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약을 중단하면 이러한 병태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혈압이 재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생 복용 여부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근거에 따르면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정상혈압 유지가 어려운 경우 약물 유지가 합병증 예방에 가장 효과적입니다. 특히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만성신질환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킵니다.
참고로, 대한고혈압학회 및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목표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환자 위험도에 따라 초기부터 병합요법을 권고하기도 합니다. (대한고혈압학회 2022, ESC/ESH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