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을 앓고 있는데 이 병이 성격에 영향을 주나요?

성별

여성

나이대

20대

기저질환

측두엽 뇌전증

복용중인 약

라믹탈

왼쪽 측두엽에 문제가 생긴거라는데 꽤 오래전부터 증상이 있었고 병이라고 인지하지 못해서 치료가 많이 늦었습니다. 증상은 갑자기 멍해지면서 30초~1분가량 사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 시간동안의 기억이 없다시피 해요. 그냥 멍때리다가 깜빡하고 정신이 돌아오나 보다 하며 인지하지 못했었어요. 첫 발현이 아마 10살~11살? 그 쯤이었던 것 같고 20살에 발견해 치료받은지 2년째입니다.(현재 22세 입니다)

지금까지는 항상 스스로가 싸이코패스라고 느낄정도로 다른사람의 아픔에 공감을 못하고 감정이 없다시피 했어요.

특히 다큐멘터리, 공포영화, 슬픈영화 이런걸 볼때 크게 느꼈어요. 그렇다보니 학창시절에 "때리면 깡 소리 날것같다", "공감 못하는게 눈에 딱 보인다ㅋㅋㅋ" 이런 얘기도 꽤 들었고요

그냥 타고난 성격이 싸이코인가보다 하며 지금까진 학습으로 사회화가 된 편인데 약을 먹으면서 뭔가 달라진다고 느껴요.

약을 처음 먹은 날에 정말 처음으로 공포감을 느꼈거든요. 약을 먹은지 4시간 정도 지났을때 자다가 갑자기 깨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엄청난 공포감(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랄까요...?)에 대성통곡으로 울다가 룸메 언니 얼굴 보자마자 조금 안정되었어요. 이때도 확실하게 기억하진 못하고, 뜨문뜨문 그때 공포감이 있었다는 것과 정신차려보니 룸메 언니 품에 안겨서 울고 있었어요. 내가 왜 그런 공포를 느꼈는지 이유도 모르니까 제겐 엄청 충격적인 사건이었거든요. 라믹탈이라는 약을 먹는데 측두엽 뇌전증이 완화되면서 성격이나 감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건가요?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굉장히 중요하고 흥미로운 질문이고, 경험하신 내용이 의학적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는 부분입니다.

    측두엽, 특히 왼쪽 측두엽은 언어, 기억, 감정 처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가 이 영역 안에 위치하는데, 이 구조물들은 감정 인식, 공감, 공포 반응의 중추입니다. 10살 무렵부터 이 부위에서 반복적인 발작 활동이 있었다면, 감정을 처리하는 신경 회로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거나 기능하기 어려운 환경이 오랫동안 지속된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감정이 무뎠던 것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측두엽 뇌전증이 감정 회로에 만성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믹탈(lamotrigine)을 복용하면서 변화가 생긴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발작 활동이 억제되면서 억눌려 있거나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던 감정 회로가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복용 첫날 이유 없는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며 대성통곡하셨던 경험은, 오랫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편도체가 갑작스럽게 반응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라믹탈 자체도 감정 안정화 효과가 있어 양극성 장애에도 사용되는 약물인 만큼, 감정 조절 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지금 경험하고 계신 변화, 즉 공포감을 처음 느끼고 감정이 살아나는 느낌은 뇌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감정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감정이 활성화되면 혼란스럽고 압도되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거나 불안감이 커진다면 담당 신경과 선생님께 반드시 말씀해 주십시오. 약 용량 조절이나 경과 관찰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사이코패스라고 여기며 지내온 시간이 얼마나 혼란스러우셨을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것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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