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얼마나 힘드실지,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최대한 정확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거미막하출혈(subarachnoid hemorrhage)은 뇌를 감싸는 거미막과 연질막 사이 공간에 출혈이 발생하는 것으로, 뇌동맥류 파열이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문제는 출혈 자체뿐 아니라, 출혈 이후 뇌 전체에 가해지는 압력 상승과 부종이 동반되면서 2차 손상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현재 출혈 부위조차 찾기 어려울 만큼 뇌가 부어 있다는 것은, 뇌 전반에 걸쳐 손상이 심각한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수술을 권유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포기가 아닙니다. 거미막하출혈에서 수술(동맥류 클리핑 또는 코일색전술)은 출혈 원인을 막기 위한 것인데, 이미 뇌 전체의 부종과 압력이 극심하여 출혈 부위 자체도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수술을 진행하더라도 뇌 손상을 되돌리기 어렵고 수술 자체의 위험이 회복 가능성을 오히려 상회할 수 있습니다. 담당 의료진이 이 판단을 내린 것은 근거 없이 한 말이 아닙니다.
혼수(coma) 상태에서 깨어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발 호흡이 없고, 기계 호흡에 의존하며, 뇌 전반에 부종이 심한 경우에는 의식 회복의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의료진이 연명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은, 현재 상태가 뇌 기능의 비가역적 손상 가능성이 높은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임상적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지금 가족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담당 신경외과 또는 신경과 주치의에게 현재 뇌파 검사나 뇌 관류 상태에 대한 추가 평가가 이루어졌는지, 앞으로의 경과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직접 질문하시는 것입니다. 또한 뇌사 판정과 연명치료 중단은 엄격한 의학적,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지금 결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 한다는 느낌이 가장 고통스럽겠지만, 곁에 계시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의료진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더 설명이 필요하다면, 담당의에게 보호자 면담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