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배설이 아니라 메시지를 남기는 행동이라고 보시면 딱 맞습니다. 그래서 양이 적고 횟수가 많은 거예요.
개의 소변에는 그 개의 성별과 나이, 건강 상태, 심지어 발정 여부까지 들어 있습니다. 다른 개가 그 냄새를 맡으면 여기를 언제 누가 지나갔는지 읽어냅니다. 사람으로 치면 게시판에 쪽지를 붙여두는 셈이고, 강아지에게 산책은 그 게시판을 한 바퀴 도는 시간입니다.
전봇대와 자동차 바퀴가 자주 선택되는 데도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높이입니다. 냄새는 땅바닥보다 위쪽에 묻어 있을 때 더 멀리 퍼지고 오래 남습니다. 수컷이 다리를 드는 것도 최대한 높은 곳에 남기려는 행동이에요. 다른 하나는 위치입니다. 길목에 서 있고 모양이 뚜렷한 물건이라 모든 개가 같은 지점을 지나가게 되니, 자연스럽게 동네 공용 게시판이 됩니다.
그리고 이미 다른 개가 남긴 자리라면 그 위에 덮어씌우려는 습성도 있습니다. 앞 개의 쪽지 위에 자기 쪽지를 겹쳐 붙이는 거죠. 그래서 한 곳에 여러 마리가 반복해서 갑니다.
참고로 방광을 다 비우는 소변은 보통 산책 초반에 한 번 시원하게 봅니다. 그 뒤로 찔끔찔끔 나오는 건 사실상 쥐어짜는 것에 가까워요. 그래서 산책을 짧게 끊으면 강아지가 아쉬워하는 겁니다. 볼일은 다 봤어도 할 말을 다 못 남긴 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