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물풀(PVA)에 붕산 용액을 섞으면 끈적한 슬라임이 되는 원리가 무엇인가요?

물풀(PVA)에 붕산 용액을 섞으면 끈적한 슬라임이 되는 원리가 무엇이며, 붕산 이온이 폴리비닐알코올 고분자 사슬 사이에서 일시적인 가교 역할을 하여 유동성을 제한하고 점탄성을 높이는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2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물풀이 끈적한 슬라임으로 변하는 과정은 긴 사슬 모양의 고분자들이 화학적인 다리로 연결되어 거대한 그물망을 형성하는 원리입니다.

    물풀의 주성분인 폴리비닐알코올(PVA)은 수많은 탄소가 길게 이어진 실타래 같은 고분자입니다. 평상시 물풀 상태에서는 이 사슬들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미끄러지기 때문에 액체처럼 흐르는 성질을 갖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붕산 용액을 넣으면 붕산 이온들이 사슬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집게 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붕산 이온은 서로 다른 PVA 사슬에 붙어 있는 수산기들과 수소 결합을 형성하며 사슬들을 하나로 묶어주는데, 이를 가교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에서 자유롭던 분자 사슬들이 촘촘한 그물망 구조에 갇히게 되면서 제멋대로 흐르지 못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액체의 유동성은 사라지고, 외부 자극에 끈적하게 버티는 점성과 원래대로 돌아오려는 탄성이 결합된 점탄성 물질인 슬라임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때 형성된 가교 결합은 아주 단단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 힘에 따라 끊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는 유연한 특성을 가집니다. 덕분에 슬라임을 천천히 당기면 결합이 미끄러지며 길게 늘어나고, 갑자기 당기면 결합이 한꺼번에 끊어지며 툭 잘리는 독특한 질감이 나타납니다. 결국 슬라임은 수많은 분자 사슬이 붕산이라는 다리를 통해 서로의 움직임을 적절히 제한하며 만들어낸 화학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채택 보상으로 257베리 받았어요.

    채택된 답변
  • 안녕하세요.

    물풀의 주성분인 폴리비닐알코올은 긴 사슬 형태의 고분자로 하이드록실기를 가지고 있어 물속에서 잘 풀리며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때는 고분자 사슬들이 물에 분산된 용액 상태이기 때문에 흐르기 쉽고 점성이 낮은 편인데요, 이때 붕산 용액을 넣으면 붕산은 물속에서 일부가 해리되어 보레이트 이온을 형성하는데, 이 이온은 PVA 사슬에 있는 –OH기와 특이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보레이트 이온이 두 개 이상의 –OH기를 동시에 잡아주면서, 서로 다른 PVA 사슬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가교가 형성되면 원래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던 PVA 사슬들이 서로 얽히고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3차원 네트워크를 이루게 되는데요, 이 구조에서는 사슬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액체처럼 쉽게 흐르지 못하게 되고, 대신 힘을 가하면 천천히 변형되거나 늘어나는 성질이 나타납니다. 즉, 완전히 고체도 아니고 완전히 액체도 아닌 점탄성을 띠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 가교 결합은 영구적이지 않고 외부 힘이나 시간에 따라 끊어졌다가 다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슬라임을 천천히 당기면 늘어나지만 빠르게 힘을 주면 끊어집니다. 이는 느린 변형에서는 결합이 재배열될 시간이 있어 흐르듯 늘어나고, 빠른 변형에서는 결합이 재형성되지 못해 순간적으로 더 단단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